[세계타워] 헬기 전원이 보여준 특권의식

조병욱 2024. 1. 10. 22: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자님이나 저 같은 일반인은 소방헬기 타고 서울로 못 갑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 논란에 대해 닥터헬기 탑승 경험이 많은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일 통화에서 "가덕도 피습 현장에서 부산대병원으로 헬기 이송한 판단은 자상 환자에 대한 매우 적절하고 당연한 조치였다"면서도 "수술이 가능한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소방헬기를 타고 전원한 것은 정치인에 대한 특혜"라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방의료 외면한 정치인… 국민은 ‘응급실 뺑뺑이’

“기자님이나 저 같은 일반인은 소방헬기 타고 서울로 못 갑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 논란에 대해 닥터헬기 탑승 경험이 많은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일 통화에서 “가덕도 피습 현장에서 부산대병원으로 헬기 이송한 판단은 자상 환자에 대한 매우 적절하고 당연한 조치였다”면서도 “수술이 가능한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소방헬기를 타고 전원한 것은 정치인에 대한 특혜”라고 했다. 이어 “이제 환자나 보호자들이 무조건 서울로 이송해 달라고 하면 일선 현장에선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기로 ‘범부처 응급의료헬기 공동운영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 논란에 대해 전국 16개 지역의사회 중 14곳이 비판 성명을 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응급상황이 아닌데도 헬기 이송을 요구해 병원 업무를 방해하고 응급의료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물론 사람의 생명을 두고 정쟁을 벌인다는 반론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빈 병상을 찾아 구급차를 타고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숨진 다섯 살 소년의 이야기를 썼다. 그는 “서울에서 다섯 살 ○○이는 입원할 곳을 찾지 못해 80분간 10곳의 병원을 표류해야 했다”며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귀한 생명들이 도로 위에서 죽어 나간다”고 말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응급실 병상 부족으로 재이송된 사례는 2022년 한 해 5222건에 달한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구급차를 타는 응급구조사들은 “죽어도 보호자 대기실에서 죽을 테니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 달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한다. 모두가 서울로, 그 와중에도 이른바 ‘빅5’ 병원을 원하는 현상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보건복지부의 지난해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보면 응급실 병상 수 대비 내원 환자 과밀화를 뜻하는 병상포화지수 3등급(100% 이상)을 넘는 응급의료기관 전국 6곳 가운데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4곳이 서울에 있다. 부산대병원은 병상포화지수 1등급(80% 미만)이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4년 연속 보건복지부 평가 A등급을 받았다. 전담전문의 17명으로 지난해 1595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서울시 지정 외상센터로 전담전문의 6명, 지난해 11월 기준 환자 수 235명 수준이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지정 이래 서울로 헬기 전원한 첫 외상환자라고 한다.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당시 언론 보도에 큰 제목 중 하나가 ‘대학병원 수술·입원 청탁 안 된다’였다. 우리 사회 특권층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문제였지만, 8년이 지난 현재도 완전히 개선되지 못한 셈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에겐 이례적으로 헬기 전원 기회가 주어지고, ‘장삼이사’에게는 치료받을 응급실 병상 하나조차 여전히 높은 벽처럼 느껴진다.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는 ‘누구든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경제·사회·문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 사회적 특수계급 제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정한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대병원을 퇴원하며 부산 시민, 소방·경찰, 부산대·서울대병원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헬기를 타고 이동하던 그 순간, 빈 병상을 찾아 헤맸을 다른 응급환자들에 대한 미안함이나 과거 응급실 빈 병상을 찾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송구한 마음을 먼저 이야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조병욱 정치부 차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