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닷가재도 수송…후발 공항의 생존법

이종영 2024. 1.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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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구] [앵커]

대구경북 신공항이 지향해야 할 점을 점검하는 기획 뉴스 시간입니다.

벨기에 동부의 지역 공항 리에주는 주변의 쟁쟁한 공항들을 제치고 유럽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물류 공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그 비결을 이종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의 리에주 공항.

30년 전만 하더라도 버려지다시피한 군사 비행장이었던 이 곳을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벨기에의 브뤼셀과 안트워프, 이웃 나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공항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존재감도 약했습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여객 분야에서는 도무지 활로를 찾기 어려웠던 상황.

리에주는 화물 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유럽 출·도착 항공 화물의 70%가 리에주 주변 공항에서 처리되고 있어, 물류에 승산이 있다고 봤습니다.

[프레데릭 브룬/리에주 공항 물류 책임자 : "여객 공항으로 생존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수년 동안 사업을 해왔고 또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은 화물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슬롯(비행기가 머무를 권리)에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리에주는 다른 공항에서 흔히 취급하지 않는 화물을 집중 유치하는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워 나갔습니다.

화물기 주기장 근처에 중앙집중식 냉장·냉동시설을 지어 바닷가재와 생선은 물론, 과일과 꽃, 유제품을 운송했습니다.

신선 화물 특성에 맞게 온도를 조절하고 전문 검역관이 품질 관리도 합니다.

또 말 전용 숙소를 세워 동물이 항공 운송 도중 스트레스를 적게 받도록 하면서 해마다 5천 마리의 말과 소를 비행기로 나르고 있습니다.

빠른 화물 처리도 강점입니다.

화물기 착륙 이후 트럭에 화물이 실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시간에 불과합니다.

시간이 곧 비용인,물류업체들이 리에주를 이용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합니다.

[차오 민/리에주 공항 인근 물류업체 팀장 : "다른 지역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우수한 인력도 많아 물류 업체들이 24시간 안에 고객들에게 화물 배송을 마칠 수 있어 좋습니다."]

리에주는 한발 더 나아가 여객보다 화물 우대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슬롯 배정과 주기장 사용 등 화물기에 우선권을 주고, 화물터미널을 건립한 뒤 운영은 물류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은 그대로 적중해 1998년부터 2021년까지 해마다 5% 넘게 화물 처리량이 증가했습니다.

리에주 공항의 연간 화물 처리량은 2021년 기준 141만 톤으로 벨기에 1위는 물론, 유럽 5대 물류 공항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던 화물을 집중적으로 취급하고 화물 우대 전략을 통해 후발 공항의 불리함을 극복한 리에주, 유럽 대표 물류 공항이란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종영입니다.

촬영기자:김동욱

이종영 기자 (mysh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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