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심해 광물 탐사와 채굴’ 세계 첫 허용

박은하 기자 2024. 1. 1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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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대량 매장 대륙붕 대상
환경단체는 “부끄러운 날”

노르웨이가 상업적 목적의 심해 광물자원 채취를 허용한 세계 첫 국가가 됐다.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국내외 반대 목소리에도 관련 법안이 통과되자 환경노동가들은 “부끄러운 날”이라고 비판했다.

노르웨이 의회는 9일(현지시간) 자국 수역 내 북극 해저에서 광물자원 탐사와 채굴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여당인 노동당은 지난해 12월 야당인 보수당, 진보당과 심해 채굴 허용에 합의했다. 의회가 탐사와 채굴을 허용한 대륙붕은 약 28만1000㎢로, 영국 전체 면적보다 넓고 독일 육지 면적의 80%와 맞먹는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에 따르면 노르웨이 대륙붕에는 최대 2170만t의 구리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전 세계의 구리 생산량을 웃도는 규모이다. 아연 매장량은 최대 2270만t으로 추정되며, 리튬과 스칸듐 등의 희토류도 매장돼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심해 채굴이 자국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이번 법안을 마련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전기차 제조업체와 광산회사들은 해저에 매장된 광물자원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당장 해저 시추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채굴 허가를 받으려면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포함한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며, 사례별로 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방법으로 채굴하는 기업에 허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의회 결정에 비판을 쏟아냈다. 환경정의재단(EJF)은 이날 의회 결정을 두고 “책임 있는 해양 국가라는 노르웨이의 명성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의 노르웨이 대표 프로드 플레임은 “노르웨이에 부끄러운 날”이라며 “심해 채굴 반대 시위의 물결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심해 채굴은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다. 심해 채굴이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해 탄소배출 감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학자들은 심해 채굴이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노르웨이의 심해 채굴 추진도 국내외 반대여론 속에서 진행됐다.

유엔 산하 해양 규제기관인 국제해저기구(ISA)는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의 요청을 계기로 심해 채굴을 위한 국제법을 마련하자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프랑스·독일·스웨덴·뉴질랜드·칠레·에콰도르 등은 심해 환경 보호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모든 상업적 심해 채굴 논의 자체를 중단하자고 주장하고, 한국·중국·러시아·노르웨이는 채굴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미국은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ISA의 정식 회원국이 아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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