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發 시한폭탄’ 1분기에만 4만명 휘말린다…손실액 1조 추정
현재까지 확정 손실액 400억원 달해
H지수 현재 수준 유지한다면
이달 중 3400억, 3월엔 1조 넘을듯
금감원엔 1000여건 민원폭탄
“해외사례까지 취합해 제도 개선 추진”
문제는 손실이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데 있다. 매일경제가 판매 잔액이 큰 4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의 판매 현황을 취합한 결과 H지수가 9일 종가 수준(5450포인트)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4개 은행에서만 이달 말 기준 3453억원, 3월 말 기준 1조 5751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늦어도 3월까지는 ELS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마이너스 투자 성적표를 받아든 투자자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ELS 판매 잔액이 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농협)에서는 홍콩 H지수 편입 ELS 상품에서 이날까지 총 403억원의 손실이 확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부터 이 상품의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만 거론돼 왔는데, 올해 연초 이후부터 실제 손실액이 확정돼 손실 규모가 수 백 억 원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데 있다. 매일경제가 판매 잔액이 큰 4대 은행을 조사해 합계한 결과, H지수가 5450포인트에 머물 경우 이달 중으로만 3453억원의 손실액이 확정된다. 손실 투자자수만 1만1020명에 달한다. 기간을 넓혀 3월 말을 기준으로 하면 손실액은 1조5751억원, 손실투자자수는 4만5151명으로 불어난다.
만기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강한 불만이 제기된다. 국민은행 H지수 연계 ELS 상품 투자자 A씨(65)는 31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았던 종잣돈 2억 원을 절반 넘게 날리게 됐다. A씨는 “평생 거래했던 은행이라 믿고 있었는데 담당 은행원이 자기도 투자하고 있고 적금 같은 안전한 상품이라고 해서 상품 설명도 못 듣고 가입했다”며 “믿었던 은행에서 돈을 날리니 기가 막히고 보상받을 길이 없을지 참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8일부터 12개 은행·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기 위함이다. 현재 검사 초기 단계로 향후 민원조사 등을 통해 사안을 가려내겠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 2~3월이 지나기 전에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감독 당국의 욕심”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금융당국의 조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제도개선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난 2019년 DLF(파생결합증권) 사태 때 제시됐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20%이상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 은행권 판매 중지’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금융당국은 판매 금지를 결정했지만 은행들이 투자자 보호 등을 약속하면서 결정을 선회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못 팔게 한다는 즉흥적인 결정은 지금 단계에서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제도 개선은 국내외 사례를 취합해 분석하고, 우리나라 금융교육 수준 등을 전체적으로 두고 판단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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