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 범위·인력 확대해야 산다”
“경무관 이상 모든 범죄 관할” “검·경과 수사 협력하게 해야”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 부패비리를 엄단한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수사 대상·범위를 넓히고 인력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 수사권의 분산·견제를 위해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에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가 10일 공동주최한 ‘검사의 나라, 공수처는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김남준 변호사(전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는 “현재의 공수처법이 공수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권한, 규모와 조직, 인적 구성을 갖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며 공수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가 미숙한 수사와 부족한 성과로 한계를 드러낸 점은 인정했다. 출범 초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광범위한 통신사찰, 김진욱 처장의 시무식 찬송가 등 크고 작은 논란이 보도돼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 5건은 모두 기각됐고 직접 기소한 2건(김형준 전 검사 뇌물 사건·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럼에도 김 변호사는 공수처의 존재 의미를 부정할 정도는 아니라며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수사권을 갖고 기소권·영장신청권을 독점하던 검찰에 대항해 유일하게 대검찰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검찰의 견제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공수처의 수사·기소 범위 확대를 꼽았다. 김 변호사는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모든 범죄에 대해 공수처가 관할권을 갖도록 하고,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모든 사건에 대해 기소권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소속 검사와 수사관 수를 늘리고 검사의 3년 임기와 연임 제한 등 신분보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건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오병두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학계의 평가에서도 공수처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검찰-경찰-공수처’와 같은 복수 검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일 검찰 체제를 전제로 만들어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새로운 체계에서 각 기관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수처 검사로 재직했던 예상균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공수처가 평소에는 다른 수사기관 견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특검으로 활동하는 ‘상설 특검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 변호사는 상설 특검화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로 공수처의 정보기능 부재를 꼽았다. 그는 “공수처는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과 발이 부족하고 심지어 능력마저 없다고 비판받고 있다”면서 “공수처는 해야 할 사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른 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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