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게 불리하다’며 채용기준 바꾸는 소방청
여성 합격자 비율 20%도 안 되는데 ‘문턱’ 더 높아질 듯
소방당국이 2027년부터 소방관 채용 체력시험에서 남녀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낮은 체력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현행 방식이 남성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미 좁은 여성 소방관 채용문이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소방청은 지난해 10월 ‘소방공무원 채용 체력시험 개선안’을 만들어 소방청장에게 보고했다. 기존의 악력, 배근력, 윗몸일으키기, 제자리멀리뛰기, 앉아 앞으로 굽히기 등 기초체력을 측정하는 6개 종목을 소방 직무와 관련된 종목으로 변경하겠다는 내용이다. 새로 마련된 종목은 계단 오르내리기, 호스 끌고 당기기, 중량물 운반, 더미 끌기, 장비 들고 버티기 등이다.
소방청은 보고서에서 체력평가에 성별 구분 없이 동일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119 고시 홈페이지에 게시된 현행 체력시험 평가점수표를 보면 남녀는 그간 다른 기준으로 체력을 평가받아왔다. 남성은 악력 60㎏ 시 10점, 여성은 37㎏ 이상 시 10점을 받는 식이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고려해 여성이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동일 기준으로 채점 방식이 바뀌면 여성 소방관의 채용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현행 채용 방식은 성별로 채용 인원이 정해져 있는 분리채용과 남녀를 통합해 선발하는 통합채용으로 나뉜다. 지난해 경력 경쟁채용에서는 남성 575명, 여성 153명을 선발하고, 통합으로는 102명을 뽑았다. 통상 여성 응시자는 남성 응시자보다 필기시험 성적이 높고 체력시험 성적이 낮았다. 이런 상황에서 체력시험 채점 기준이 강화되면 통합채용에서 여성이 선발되기 어려워진다.
소방청은 현행 통합채용 방식에서 남성 응시자가 불리하다고 했다. 체력평가 총점을 보면 남성이 평균 38.9점, 여성이 48.8점으로 여성이 약 9.9점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통합채용으로 할당된 102명 중 최종 여성 합격자는 42명으로 남성 합격자 38명과 큰 차이가 없었다. 성별 구분 채용을 합친 전체 채용 비율로 보면 여성 합격자는 17%에 그쳤다. 소방관 채용에서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20%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소방청은 채점 방식을 변경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양성평등채용 목표제 및 공공부문 성별대표성 제고에 따라 체력평가 기준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성 간부의 비율이 4.2%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소방 조직 내 여성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래놓고 여성의 취업문을 좁히는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변경안은 2026년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뒤 2027년 신규 채용자들부터 적용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소방은 공공기관 중 여성 및 여성 고위직 비율이 가장 낮은 기관에 속하는데, 이번 체력시험 개선안은 소방의 낮은 여성 대표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취업 문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소방청은 “2~3년간 분리채용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여성 채용 비율이 줄지 않도록 기준을 조절해 나가겠다”면서 “특정 성별에만 유리하지 않은 채용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홍근·강한들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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