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코트 벗은 한동훈 티셔츠에 ‘1992’... 숨은 의미는?
부산을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갈치시장의 한 식당을 찾아 코트를 벗자 밝은색 맨투맨 티셔츠에는 숫자로 ‘1992′가 쓰여있었다. 부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의미였다. 1992년은 부산의 상징인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 우승한 해다.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은 한 위원장은 10일 저녁 일정으로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식사를 하고 BIFF 광장을 찾아 부산 시민들을 만났다. 앞서 이날 공식 일정에서의 정장 차림과는 달리 저녁 일정에서는 캐주얼한 차림으로 등장했다. 회색 코트에 밝은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베이지색 목도리를 둘러맨 모습이었다.
이날 한 위원장이 한 식당에서 코트를 벗으면서 뜻밖의 주목을 받았다. 코트를 벗자 드러난 한 위원장의 맨투맨 티셔츠에는 숫자 ‘1992′가 쓰여있었던 것이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이 장면을 부산 시민들은 놓치지 않았다.
1992년은 부산에 연고지를 둔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 년도였다. 1992년 한국시리즈는 1984년 이후 두 번째로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한 해로, 이후 롯데는 우승 기록이 없어 현재까지도 ‘응답하라 1992′를 외치는 롯데 야구팬들이 많다고 한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동훈 티셔츠에 1992의 의미’ ‘한동훈의 디테일’이라는 제목으로 이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이용자는 이를 두고 “1992년은 롯데의 마지막 우승년도”라며 “우리 다시 시작하자.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읽었다)”고 했다. 그는 “부산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같은 사람들이 헬조선으로 나라를 더럽혔던 것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1973년생인 한 위원장이 서울대 법대 ‘92학번’인 점도 언급됐다.
이 맨투맨 티셔츠가 ‘라이크더모스트’의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에서 오후 11시 기준 해당 제품이 ‘실시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가 7만3800원인 이 제품은 현재 할인해 3만6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식사를 마치고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BIFF) 광장까지 약 30분간 걸으며 부산 시민들을 만났다. 한 위원장을 둘러싸고 BIFF 광장 사거리를 가득 메울 만큼 인파가 몰렸다. 경찰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오를 이루며 한 위원장에게 접근하는 군중을 막았다.
시민과 지지자들이 몰리자 한 위원장은 대구에서처럼 의자 위에 올라가 이들을 향해 인사했다. 인파에 둘러싸여 한 위원장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시민들을 위한 일종의 ‘팬 서비스’로 보였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시민과 지지자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저와 우리 국민의힘은 부산을 대단히 사랑한다. 앞으로 부산에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 인사말에서 “부산을 너무나 사랑한다”며 부산에서 두 차례 살았던 경험을 꺼내놓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검사 시절 민주당 정권에서 좌천되고 부산에서 생활했을 당시를 언급하며 “괜히 센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이었기 때문에 그 시절이 참 좋았다”며 “그때 저녁마다 송정 바닷길을 산책하고, 서면 기타학원에서 기타를 배우고,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했다.
이어 “부산의 동료시민들과 함께 가고 싶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부산의 모든 동료시민 대신에 앞장서서 비를 맞고, 앞장서서 바람을 맞자”며 “우리는 함께 가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 출범 이후 전국을 순회 중인 한 위원장이 1박 2일 일정을 잡은 것은 부산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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