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수들은 왜 너도 나도 감히 우승을 말할까… 강렬했던 그 2주를 믿으니까

김태우 기자 2024. 1. 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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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을 목표로 2024년을 힘차게 연 KIA 선수단 ⓒKIA타이거즈
▲ 지난해 부상 악령에 시달렸던 KIA는 완전체 전력으로 더 높은 곳을 꿈꾼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그때는 진다는 생각을 안 했죠. 어디가서 이야기는 못해도, 저녁을 먹다가도 ‘내일도 이기겠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을 때니까요”

지난해 풀타임 1군을 소화하며 KIA 타선에 큰 공헌을 한 이우성은 지난해 어느 한 시기를 떠올렸다. 바로 KIA가 8월 말에서 9월 초로 넘어가는 시기에 9연승을 하며 맹렬하게 탄력을 붙였던 시기다. KIA는 당시 2주 동안(8월 24일~9월 6일)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으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투‧타 모두 호조를 보였다. 당시를 떠올리는 선수들은 입을 모아 “진다는 생각을 안 했다. 뒤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연승을 달렸던 팀의 해당 구간 성적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KIA의 해당 기간 수치는 너무 가공할 만했다. KIA는 당시 2주 동안 2.56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투수들의 힘이 빠질 법한 시기라 이 기간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이 4.45였는데 이보다 훨씬 낮았다. 선발(3.14)과 불펜(1.67) 너나 할 것 없이 잘 던졌다.

타선은 더 가공할 만했다. 상대 마운드를 말 그대로 폭격했다. KIA는 이 기간 팀 타율이 무려 0.336이었고, 12개의 홈런을 더해 팀 OPS(출루율+장타율) 0.918을 기록했다. 9경기 중 4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했고,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등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뽐냈다.

선수들이 이 시기를 떠올리는 건 가장 야구가 잘 됐던 시기이기도 하지만, 팀이 가진 전력을 모두 보여줄 수 있었던 시기라는 점이 더 크다. KIA는 시즌 개막부터 나성범 김도영이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고, 전반기 내내 뭔가 이가 빠진 전력으로 어렵게 싸웠다. 하지만 그 당시는 모든 부상자들이 돌아와 100%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KIA 선수들이 “우리가 전력만 잘 유지한다면, 그때의 경기력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다.

당시 2주의 기억은 9월부터 또 찾아온 부상 악령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KIA는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올해 기대감은 굉장히 크다. 모든 선수들이 건강하게 2024년을 시작한다면, 당시처럼 경기력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자신감이다. 이미 그 가공할 만한 힘을 한 번 느껴봤기 때문에 이는 ‘우승’이라는 단어로 압축되기도 한다. 훈련을 하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게 선수들의 이야기다. ‘올해는 우승을 해야 한다’는 간절함보다는, ‘올해는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쪽에 더 가깝다.

이우성은 “지난해에는 (최)형우 선배님이나 (나)성범이형, (김)선빈이형이 ‘우리는 아직 뒤처지지 않았다. 할 수 있다. 포기하지 말자’는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해 주셨다. 그런데 지금은 라커룸에서 이야기를 하는 게 ‘우리는 올해 진짜 우승해야 한다’고 한다”면서 “지난해 그 기간은 정말 뭔가가 딱딱 맞는 느낌이었다. 베테랑 형들이 칠 때 쳐주고, 어린 선수들은 따라갔다. 내야수들이 호수비를 하면 ‘나도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됐던 것 같다. 투수들도 당연하다는 듯 이닝을 딱딱 끊어주고 막아줬다”고 떠올렸다.

▲ 나성범과 최형우가 중심이 된 KIA 타선은 자타공인 최고 화력을 자랑하는 팀 중 하나다 ⓒKIA타이거즈
▲ 양현종을 중심으로 한 마운드는 외국인 투수만 잘 뽑아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KIA타이거즈

이어 “형우 선배님이 굉장히 냉정하신 분인데 형우 선배님조차도 ‘부상자만 없으면 우리 진짜 무조건 우승해야 해’라고 말씀하신다. 팀 내에 우리가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도는 것 같다. 부상 선수가 없었을 때 9연승을 했고 그 분위기를 알고 있다. 우리가 아니까 자신감이 다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KIA 불펜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장현식 또한 “이적 이후에 그때보다 팀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때는 정말 강렬한 인상이었고,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었다. 지고 있어도, 오늘은 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결국 이기는 상황이 나왔다”면서 “야구를 보는 맛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더 응원하게 되더라. 야수들이 역전을 했으면 우리 불펜이 막아서 이겨보자는 단합력도 생겼고, 앞선 불펜 투수들이 잘 던지면 나도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났던 시기”라고 했다.

막내급인 최지민도 그 당시의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다시 느끼고 싶다고 했다. 최지민은 “우승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다. 작년에 부상자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그 선수들이 다 모이면 강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침 모였을 때 9연승도 해봤고 하니 다들 우승에 대한 욕심도 있고 또 그것을 넘은 확신도 있는 것 같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자신들을 믿고 해보자는 의지로 뭉친 KIA가 힘찬 2024년을 한마음으로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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