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에 “쪼개기 무한정 가능, 고시원보다 못한 집 양산할 것”
정부가 10일 비아파트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풀면서 던진 명분은 1~2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주거 시설인 빌라, 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을 계속 늘리는 동시에 수요를 되살려 침체된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최소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규제를 모두 푼 정책 방향은 되레 거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고, 업자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도시형생활주택의 가구수 규제(현재 300가구 미만)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상 건물 쪼개기가 무한정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업자들 입장에서는 같은 면적의 땅이라도 기존에는 10가구 지을 수 있었던 것을 13가구까지 뽑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거 환경은 열악해진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은 ‘공인된 고시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거주 여건이 열악한데, 가구수 기준을 없애면 청년들이 거주하는 주거 면적 단위가 지금보다 더 줄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유차량 1대의 주차 공간을 마련하면 일반차량 3.5대가 들어갈 주차 공간을 빼주는 식의 주차장 규제도 풀었다. 정부는 중심상업지역에 도시형생활주택을 짓는 경우에는 주상복합이 아닌 100% 주택으로 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공간 구성을 제약한 방 설치 제한도 없애 사실상 아파트로 기능하게 만든 것이다.
현재 인구 및 가구 구조를 고려해볼 때 도시형생활주택을 무한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2009년 도시형생활주택 도입 당시만 해도 가구 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둔화하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초기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고시원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도시형생활주택을 추가 보급하는 것은 가구수나 인구수 증가세가 크지 않은 현시점에서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더해 소형 비아파트 수요를 늘리기 위한 세제 혜택도 동원했다. 향후 2년간 준공되는 신축 소형 주택(60㎡ 이하,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비아파트)을 최초 구입할 때 세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보유세를 제외해주고 2020년 폐지한 단기임대를 다시 부활시켜 다주택자들의 소형 주택 구입을 늘리도록 유도했다. 최 소장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서 전세사기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임차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 없이 무조건 공급과 수요를 늘리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잘못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윤지원·김경민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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