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빗장’ 여는 정부…집값 상승 등 총선 후유증 클 수도
신탁 사업 계획인가 시행 시
‘주민동의 요건’ 삭제 포함
반대 주민 ‘현금청산’ 가능
“비민주적 개발 문 열린 셈”
정부가 10일 내놓은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의 핵심 중 하나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재건축·재개발이 지연되는 근본 원인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낮은 사업성에 있기 때문이다.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비민주적인 개발이 이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방안 중에는 사업성 개선 대책이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사업 초기인 조합 설립 단계부터 50억원 이내로 기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재건축부담금 산정 시 초과이익에서 제외되는 비용(기부채납 토지 기여분)도 완화된다. 예컨대 1인당 1억1000만원이던 A단지 분담금은 오는 3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법이 시행되면 5500만원, 이번 대책이 적용되면 최대 2800만원까지 낮아지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정비사업 지연의 근본 원인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인데,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안전진단을 통과한다고 해도 사업성 악화로 10년 이상 공사가 지연되는 사업장이 수두룩하다”며 “조합 설립 이후에도 세입자냐 집주인이냐, 추가 분담금이 얼마냐에 따라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은데 안전진단 통과 없는 착수를 ‘패스트트랙’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비민주적인 개발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예컨대 이번 대책에는 신탁방식 사업의 사업계획인가 시행 시 전체회의 의결과 주민 동의(토지주 2분의 1, 면적 2분의 1)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서 ‘주민 동의 요건’을 삭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사람들을 현금 청산해서 내보내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재개발 구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감당할 수 없는데, 주민 의견수렴 기준을 낮추는 규제완화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되살아날 경우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정부가 지금도 주택 가격이 높다고 말하면서 전방위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주택 가격을 올리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기 내 착공’ 같은 단기 목표에 매달리기보다는 시장 상황과 도시계획을 고려한 장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도 “인구 감소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을 유도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고려하지 않는 자원 낭비”라고 했다.
심윤지·윤지원·김경민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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