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지문 논란…교육부 후속 대책은?
[EBS 뉴스]
서현아 앵커
교육부 출입기자와 함께 문제의 파장과 후속대책에 대해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진태희 기자 논란이 된 사안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까요?
진태희 기자
논란이 된 문제는 재작년에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의 23번 문제입니다.
미국에서 출간된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too much information>이라는 책에 실린 부분이었는데요.</too much information>
이 내용이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빼고 같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심지어, 이 책은 당시 국내에 출간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물론 지문만 같았을 뿐 문제의 유형은 달랐지만, 수능 시험이 워낙 촉각을 다투는 시간 싸움이다보니까요.
지문을 본 적이 있다면, 유리할 수밖에 없겠죠.
당시 수험생들도 너무 불공정하다며 평가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는데, 이 문제에 대한 이의 신청만 120건이나 됐습니다.
교육부는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는데요.
그런데 시험이 치러진 지 8개월 만인 지난해 7월, 갑자기 교육부가 이 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겁니다.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해당 강사와 현직 교사 4명을 수사를 의뢰한 건데, 무척 이례적인 일입니다.
강사가 평소에 교사들에게 문항을 사들인 정황을 미뤄 짐작했을 때,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한편 수사와 별개로, 이 지문이 비슷한 시기 제작된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 실렸다가 최종본에서 제외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감사원은 중복 게재된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를 감사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현직 교사도 4명이나 연루가 되어 있네요.
오늘 교육부 입장 표명이 있기는 했는데 아직은 감사원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서 정확하게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고요.
진태희 기자
네. 지금까지 밝혀진 건,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교사들이 2023학년도 수능이나 모의평가를 출제하지는 않았다는 점뿐입니다.
다만 교육부는 이들이 EBS 집필에도 참여했는지, 수사 의뢰가 됐는데도 여전히 학교를 나가고 있는지, 또 문제 제작을 대가로 강사에게서 건네받은 돈은 얼마인지에 대해선 수사, 감사 사안이라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밝혀야 될 의문점이 많이 남아 있네요.
교육부가 어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여기에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진태희 기자
수능 출제 단계부터 고치겠다고 이렇게 말했는데요.
수능 출제 단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검토 과정을 강화하는 겁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사설 모의고사까지 최대한 입수해 출제 중인 문제와 유사한지 따져보겠다는 건데요.
교육부는 그동안 수능 출제 위원이 출제 본부에 입소한 이후에도 일부 모의고사를 입수해 살펴보기는 했지만 별다른 효력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수능 출제위원이 입소한 이후에 출제되거나, 일부 수험생들에게만 유통된 사설 모의고사도 모두 살펴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 판매되는 모의고사말고도, 홈페이지나 사교육 업체를 통해 직접 판매된 문제들도 따져볼 수 있게 될텐데요.
이번에 논란이 된 사설 모의고사 역시 사교육 업체 홈페이지에서 판매가 됐었죠.
다만, 일부 학원에선 수강생에게만 모의고사를 제공하기도 해서, 교육 당국이 어떤 절차로 사설 문제집을 입수할지, 또, 입수 대상인 사설 모의고사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어느 정도까지 확보할 지에 대해선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이 사안은 당시 2023학년도 수능시험 마치자마자 이미 논란이 좀 됐었습니다.
이의 신청이 이 문항에 집중됐기 때문인데 아쉬웠던 부분은 당시에는 이렇다 할 조치가 없었죠.
이 과정을 좀 보완한다고요?
진태희 기자
이의신청 과정을 보완하기로 했는데요.
사교육 업체에서 출제한 문제와 수능 문제가 유사한 경우도, 수능 이의신청 심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이전까지 수능 이의신청 제도는 문항과 정답의 ‘오류’를 거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평가원은 이런 이유로 당시 영어 23번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도,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었는데요.
다만, 교육부는 어떻게 유사성을 따질지와 같은 구체적인 방식은 좀 더 논의해 마련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아직 밝혀진 것은 없고 다만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 나가야 할 텐데요.
여기에 대해서 또 다른 대책이 마련된 것들이 있을까요?
진태희 기자
네, 그렇습니다.
EBS 교재 집필에 참여하는 교사의 구성·운영 원칙을 더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개발 중이거나 개발된 문제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 체제도 재정비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교육부는 이렇게 발표된 대책들은 모두 논의를 좀 더 거쳐, 구체화할 거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또, 이번 대책 발표와 함께, 교사들이 사교육업체에서 강의·문항 출제나 학원 교재 제작에 참여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예 근본적으로는 지금 모의고사라든지 수능 출제 과정 그리고 각종 교재 집필에 현직 교사들이 참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거든요.
이렇게 모의고사나 수능 출제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교사들의 겸직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서는 지금 어떤 대응책이 나와 있을까요?
진태희 기자
실제, 교육 당국이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지난해 8월, 접수된 신고 등을 파악한 결과, 이른바 '킬러문항'을 만들어 사교육 업체에 팔고, 학원 교재 제작에도 참여한 현직교사가 3백 명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진 신고한 교사 가운데,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교사도 188명,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서 논란이 됐죠.
대가로도 상당히 많은 금품이 오갔는데, 5천만 원 이상을 받은 교사는 45명, 5년 동안 4억 8천만 원을 받은 교사도 있었습니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겸업을 한 교사들도 있을 수 있어서, 실제 이런 사례는 더 많을 수도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교원 겸직허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는데요.
현직교사는 사교육 업체에서 강의나 문항 출제는 물론 학원 교재 제작 참여, 컨설팅 등을 영리 목적과 상관없이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안내했습니다.
강화된 가이드라인에 따른 관리감독, 교육과 함께, 수능시험 출제 과정에서 한층 공정성을 높일 방안도 꾸준히 마련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구상입니다.
서현아 앵커
교육과 관련된 기회만큼은 공정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세심한 후속 대책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진태희 기자 수고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