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식 '북풍'? 국방부, 총통 선거 앞두고 中 위성 '미사일' 규정해 경보
대만 총통 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대만 국방부가 중국의 위성 발사를 미사일이라고 판단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경보를 발령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은 정부가 공포감을 조성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0일(이하 현지시각) 대만 매체 <중국시보>는 국민당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인 9일 국방부가 중국의 위성 발사를 미사일이라고 평가하며 전국민을 상대로 "국가급 경보"를 내린 것을 규탄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국민당의 싱크탱크인 국가정책연구기금회의 링타오(凌濤) 부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급 경보가 선거 조작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과거 중국의 7차례 위성 발사에 대해 민진당 정부는 경보를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3시 17분 대만 국방부는 국민들을 상대로 미사일 경보를 발령했다. 중국이 쓰촨(四川)성 위성발사센터에서 '아인슈타인'이라는 새로운 천문위성을 창정 2호 로켓에 실어 발사했는데, 대만 국방부가 이를 '공습'(Air raid)과 '미사일'(Missile)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경보를 내렸다고 대만 매체 <자유시보>가 보도했다.
여야 후보 간 박빙 구도 속에 선거 사흘을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건을 두고 야당인 국민당은 경보 내용이 잘못됐다는 점 뿐만 아니라 경보 발령 자체가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시보>는 국민당이 기자회견에서 "민진당 정부가 지난해 중국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날아갈 때 방공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는데 왜 위성 발사에 경보를 발령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며 "모든 나라의 저궤도 위성이 대만 상공을 지나갈 때마다 경보를 발령한다는 말인가"라고 따졌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린관위(林寬裕) 국민당 문화소통위원회 위원장은 "국민당은 중화민국의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고 국방부를 믿는다"면서도 3시 4분에 발사된 위성에 대한 경보가 왜 3시 17분에 발령됐는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쓰촨성 청두(成都)에서 대만 타이베이(臺北)까지 비행기로 약 1750km인데 위성 발사체의 속도는 1분에 약 3400km 이상"이라며 "실제 위성발사체가 발사된 뒤 대만 상공에 오는 시간이 최대로 잡아도 5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국방부는) 13분 후에 경보를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린관위 위원장은 이어 "위성발사체가 대만 상공을 통과할 때 고도가 500km였는데, 영공 고도는 최고 160km까지 가능하다"며 "고도 500km를 넘는 위성에 대해 경보를 울린다면 앞으로 대만의 상공을 날아가는 모든 위성에 대해 경보를 울릴 것인가"라고 물었다.
천융캉(陳永康) 전 해군사령관은 <중국시보>에 "이번에는 (중국이) 고도 280km에서 800km 사이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했다. 저궤도 위성은 많고 중국 위성이 아닌 외국 위성도 통과하기 때문에 반드시 경보를 발령할 필요는 없다"며 대만 국방부가 과도한 대응을 했다고 진단했다.
국민당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국방부가 아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기획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자유시보>는 라이스바오 입법원 위원(한국의 국회의원 격)이 "이번 사건은 국방부가 허술하여 벌어진 일이 아니다. 조기경보시스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장병들을 선별해 해외에서 수년간 훈련해 왔기 때문에 위성(Satellite)을 미사일(Missile)로, 방공(Air defense)을 공습(Air raid)으로 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차이잉원 총통이 벌인 일이며 국방부는 명령을 따르는 집행 기능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국민당 수석 부비서장인 리더웨이(李德維) 입법원 위원은 "7일에 이미 9일 오후 3시에 발사할 것이라는 점이 공표됐는데 국방부가 국가급 방공경보를 잘못 발령했다"며 "이는 국가급 선거에서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린웨이저우(林為洲) 입법원 위원은 "중국이 지난해 세 차례 위성을 발사하고 대만 영공을 통과했으며 국방부가 국가급 방공경보를 발령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며 "민진당이 급박해지자 국방부를 동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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