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막힌 달빛철도법…발의 의원이 반대, 왜?

양창희 2024. 1.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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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앵커]

다양한 사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양 기자의 왜 그럴까' 순서입니다.

오늘은 헌정 사상 가장 많은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는데도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는 달빛철도 특별법 이야기를 다룹니다.

양 기자, 빛고을 광주, 달구벌 대구의 이름을 따서 광주와 대구를 잇는 게 달빛철도잖아요.

특별법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나요?

[기자]

'영호남 지역 화합과 상생 발전'을 명분으로 한 달빛철도 특별법안,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윤재옥 의원이 대표 발의하면서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였죠.

그런데 막상 법안이 나오자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강한 반대에 직면했고요.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에 합세한다는 비판 여론도 거세게 일었습니다.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교통소위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등 진통을 겪었는데, 지난달 21일 국토위를 어렵게 통과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법제사법위원회인데, 연말 연초 두 차례의 법사위에 달빛철도 특별법안이 상정되지 못하면서 절차가 멈춰 있습니다.

지금 21대 국회는 5월 말이면 임기가 끝나는데, 그러면 법안도 자동 폐기되거든요.

광주시와 대구시가 계속 법사위 간사 등을 설득하고 있지만 이미 총선 국면에 접어들어 법안 심사가 정상적으로 안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통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습니다.

[앵커]

사실 이 법안이 여야의 전폭적인 지지로 발의된 법이란 말이죠.

헌정 사상 가장 많은 의원인 261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법안 통과가 안 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달빛철도 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예비타당성 조사, 즉 예타 면제입니다.

8조 7천억 가량 드는 광주-대구 일반철도 건설은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사업 추진이 계속 늦어지는 만큼 예타를 면제하고 신속히 건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집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국토위 교통소위 회의에서 반대 이유를 명확히 밝혔는데요.

특정 지역의 특정 SOC 사업에 대해 특별법으로 예타 면제를 규정하게 되면 예타 제도가 형해화, 그러니까 형식만 남고 내용은 없어지게 될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앵커]

정부가 그렇게 나오더라도 국회의원 다수가 동의한 만큼 진행이 가능한 상황 아니었나요?

[기자]

국토위 교통소위 회의록을 분석해 봤는데요.

의원들끼리도 이견이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동서 화합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10조가 들어가야 하느냐고 말했고요.

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특정 철도 노선에 대해 특별법을 만드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며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지방소멸 방지 대책으로 달빛철도 신속 건설이 필요하다, 여당 원내대표 대표 발의, 261명 공동 발의된 법안인데 갑자기 정부 여당의 반대가 나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반대 의견을 낸 소위 위원들도 모두 법안 공동 발의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데요.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기가 법안 발의해 놓고 반대하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 국회의원도 있다"며 꼬집기도 했습니다.

[앵커]

법안을 추진하는 광주시와 대구시 입장에서는 의원들이 이름을 올려 놓고는 정작 중요한 시기가 되니까 입장 바꾸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을 것 같군요.

어쨌든 법안의 핵심 내용이 예타 면제인데, 이 예타 제도 자체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죠?

[기자]

사실 달빛철도 특별법이 예타 제도의 적절성을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5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 즉 경제성을 확인해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입니다.

경제성뿐 아니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기여 여부를 더 많이 반영하는 방향으로 2019년 제도가 수정되기는 했지만요.

인구가 많은 수도권은 편익이 높게, 비수도권 지역은 낮게 나올 수밖에 없어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당장 지난해 울산시와 광주시의 의료원 건설 사업이 타당성 재조사에서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아 잇따라 탈락하기도 했죠.

이와 관련해, 국회 국토위 김수흥 의원이 법안 심사 과정에서 한 발언 들어보시죠.

[김수흥/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 "정부가 예타 제도를 지방재정법에 한 20여 년 전부터 도입해서 운영했는데요. 그 결과는 대한민국이 두 동강 났습니다. 국토부가 균형발전을 이루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균형발전이 안 되는 게 이 예타 제도 때문입니다."]

[앵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예타 제도가 분명히 필요하고, 제 기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죠?

[기자]

당연히 국가 예산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는 필요할 겁니다.

그렇지만 한정된 자원이 소외된 지역에도 적절하게 배분되느냐, 예타 제도가 지역균형발전을 가로막고 오히려 지방소멸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느냐, 이런 문제 의식이 있는 건데요.

그런 점에서 법안 심사 과정에서 나온 심상정 의원의 발언도 참고할 만합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 "예외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그러면 예타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있어야 됩니다. 전부 다 예타 면제할 판이에요. 지역균형발전, 지방소멸 문제를 근본적으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특혜, 예외 이런 식으로 해서 언제까지 가능하리라고 봅니까?"]

달빛철도법의 통과 여부를 떠나 예타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앵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 기자, 수고했습니다.

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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