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에만 초점' 공수처…"상설특검화로 선택과 집중"

정채영 2024. 1. 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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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권한·인원 축소…개정 필요"
"처장 후보추천위 여권에 유리한 구조"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사의 나라', 공수처는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정채영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출범 3년을 맞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제도적 개선과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일부 고위공직자만 기소할 수 있고, 제한된 혐의만 수사할 수 있는 공수처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상설 특검화로 주요 사건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검사의 나라, 공수처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3년간의 공수처 활동을 평가하고, 운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발제에 나선 김남준 변호사(전 법무검찰개혁위원장)는 공수처법 입법과정과 제도적 한계를 지적했다. 공수처법 초안은 공수처가 검찰과 마찬가지로 관할 범죄에 수사권과 공소권을 가지고 있었다. 법무부와 국회를 거치면서 검사·법관·고위 경찰공무원만 기소할 수 있도록 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또한 30~50명이었던 검사 수와 50~70인이었던 수사관 수는 모두 합쳐 65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법 자체의 문제점은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라며 "공수처의 기능을 보장하는 데 이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보이는 개혁위안이 법무부안과 이를 이용한 국회의 공수처법이 제정되면서 권한과 규모가 축소된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적인 문제는 개선과 입법을 통해 해결, 운영상의 문제는 인선 및 내부적인 운영원칙 등의 확립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 예상균 변호사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예 변호사는 "현재의 공수처법은 탄생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실제 운영에서는 제대로 역할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어 결국 세금만 축내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라며 "인력확충, 신분보장, 수사 및 기소 대상 확대 등의 제도적 개선과 유능한 선장 등의 지휘부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상설 특검화'를 제안했다. 상설특검화는 공수처 설립 당시 공수처의 운영 방향으로 논의돼 온 방안 중 하나였다. 예 변호사는 "공수처가 지향해야 할 바는 상설 특검화 및 고위직 사법기관 구성원에 대한 견제에 있다"며 "인력 구조 자체가 특검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히려 공수처법이 지향하는 모습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는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발이 부족하다고 비판받고 있다"며 "해야 할 사건에 집중하고 나머지 사건은 다른 기관에 맡겨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임영무 기자

또다른 토론자인 차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는 존재 자체가 정치적이고, 활동과 수사의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어떤 결정을 하든 반대 진영이 제기하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민감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지기 위한 기관이기 때문"이라며 "최대한 중립의 이미지를 확보하려고 노력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차 교수는 "예 변호사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한해에 두 세 건의 사건만 하고 나머지는 다 검찰로 이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처장 공백 우려도 언급됐다. 이날 토론회 시작 직전 공수처는 6차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었으나 또다시 후보군을 추리지 못한채 마무리됐다. 공수처 출범 때부터 출입한 이보라 경향신문 기자는 공수처장은 정치적 중립이나 독립이 특히 요구되는 자리인데 현재 추천위 구조는 여권 추천 인사가 공식적으로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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