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희연 교육감 재판, 교육의 논리로 보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재판을 받고 있다. 곧 선고가 이뤄진다. 해직교사 특별채용 사건이라고 흔히 알려진 사건이다. 하지만 2018년에 특별채용된 교사들이 어떤 분들인지, 그들이 왜 해직됐는지는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나는 특별채용 교사 가운데 네 분의 해직 계기였던 2008년 선거법 등 위반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따라서 나는 이들 교사들이 어떤 이유로 교단에서 쫓겨났었는지를 잘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들 교사들은 교육자로서 결함이 있어서 해직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이들을 가장 뜨겁게 사랑하고, 올바른 교육을 위한 열정이 넘쳤던 분들이었다.
그렇다면, 교육자로서의 자질과 열정이 탁월했던 그들은 왜 강제로 아이들과 헤어져야 했을까.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2004년 개정 선거법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돈은 묶고 말은 풀자”라는 취지였으나, 법 개정 직후의 현실은 혼란 그 자체였다. 선거 활동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려 한 탓에 선거법이 지나치게 복잡해졌다. 그래서 법 해석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열정적인 교사들의 해직 사태는 선거 관련 법규 해석이 정립되지 않은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으려 했던 이들 교사들은 당시의 학력만을 강요하는 학교 현실에 대해 무척 답답해했다. 그런데 마침, 2008년에 서울에선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게 됐고, 이분들은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교육감 선거에 반영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하여 방법을 찾았다. 이에 따라 선거법 해석이 모호하던 당시에 상식선에서 허용되는 활동을 하고자 하였다.
더구나 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관여가 배제돼 있다. 교육감 후보 역시 정당이 공천하지 않는다. 교육감을 흔히 보수 또는 진보로 분류한다. 그러나 이는 교육감 개인과 지지자의 성향에 따른 임의적인 분류일 뿐이며, 정당과는 관계가 없다. 실제로 우리 법체계는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근거로 교육감 선거를 정치적 활동으로서의 국회의원, 대통령 및 시·도지사 선거와 확연히 구별하고 있다.
교육감의 지위는 이처럼 비정치적이며, 교사는 교육감의 행정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이므로, 교사가 교육감 선거에서 입장을 표현하는 것이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에 어긋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당시 광우병 촛불집회 직후의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23분이나 되는 선생님들이 동시에 재판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해직 교사들뿐 아니라 사건 관계자들의 가입했을 때부터의 개인 메일을 이메일서비스업체로부터 제출받았는데, 이 같은 사실은 당사자들에게 통보조차 되지 않았다.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와 어긋나고, 실제로 이 사건 이후에 법이 개정되었고, 그 밖에도 여러 강제수사절차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2008년 선거법 등 위반으로 인한 교사들의 해직은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서 주로 기인했다. 지금의 기준대로라면, 교사들이 교직을 잃을 정도의 형이 선고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교사의 직위 유지 여부가 교육당국이 아닌 형사법정에서 결정됐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누구보다 교육에 열정적이었던 해직교사들 가운데 한 명은 과거 교육감으로부터 두 차례나 표창을 받기도 했고, 두 명은 자기 아이들처럼 제자들을 대하던 육아를 병행하던 초보아빠였다.
서울시교육청의 2018년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교사들을 다시 교실로 돌려보낸 일이었다. 교육계의 묵은 과제를 해결하고, 역사적 화해를 이루는 계기였다. 교육의 논리에 비춰보면, 이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조치였다.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판결 역시 교육의 논리가 반드시 반영되길 바란다.
김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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