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첫 판결에 ‘항소’…“피해자 몇 번 죽이나”
정부가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릴 만큼 극심한 인권 유린이 자행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에 항소했다. 피해자들은 “국가는 대체 우리를 몇 번 죽이나”라며 반발했다.
법무부는 10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재판장 한정석)는 “국가는 피해자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인정된 배상금은 1인당 적게는 8000만원에서 많게는 11억2000만원이다. 총 145억8000만원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허가·지원·묵인 하에 장기간 이뤄진 인권침해 사안으로, 다시는 유사한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 예방할 필요가 큰 점, 국가의 관리·감독 소홀과 시간의 경과 등으로 객관적 증거가 소실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항소 이유에 대해 “다수의 비슷한 사건이 소송 중이라 이번 판결이 다른 사건의 선례가 될 수 있다”면서 “배상액의 적정성, 관계자 간 형평성 등에 대해 상급심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고 측은 즉각 반발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이채식씨(54) “40년 가까이 쌓아둔 억울함이 이제야 풀린 줄 알고 들떠 있었는데 어떻게 정부가 이럴 수가 있나”라며 “참담한 심정을 어떤 말로도 표현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황정복씨(57)는 “국가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난 일인데 정부가 항소하면서 피해자들을 우롱했다”고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1987년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36년 만에 나온 것이었다. 비슷한 손배소가 여러 건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어 이번 선고가 향후 다른 형제복지원 관련 판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별도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다른 형제복지원 피해자들도 억울한 심정을 전했다. 오는 31일 1심 선고를 앞둔 이향직씨(52)는 “국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몇 번 죽이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항소까지 해서 배상금 몇 푼을 깎아내고자 하는 정부를 보고 국민들도 창피할 것”이라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12211805011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