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하려다 ‘화풀이 방화’…삶의 터전 잃은 90대 노모
[앵커]
오늘 새벽, 충남 서천의 한 농촌 마을 단독주택에서 불이나 치매를 앓고 있는 90대 노모와 희귀병을 앓는 60대 아들이 한순간에 생활 터전을 잃었습니다.
누군가 보관 중이던 오토바이를 훔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일부러 불을 지르고 달아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습니다.
보도에 정재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인적이 드문 새벽, 한 남성이 주택 주변을 서성이더니, 마당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에 올라탑니다.
그런데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다시 오토바이를 마당으로 가져다 놓더니 이번엔 불을 붙입니다.
이 남성은 오토바이에 붙은 불이 주택으로 번질 때까지 30분 넘게 지켜보고 나서 유유히 달아났습니다.
삽시간에 번진 불에 목조 기둥이 주저앉았습니다.
40여 분 만에 불이 꺼졌지만 집 주변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잿더미가 됐습니다.
방화로 인해 주택은 절반 이상이 무너졌고, 오토바이는 모두 불에 타 뼈대만 남았습니다.
놀란 이웃 주민이 집 안에 들어가 자고 있던 일가족 2명을 깨워, 가까스로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불로 치매를 앓는 93살 노모와 폐섬유증 등 희귀병을 앓는 64살 아들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최병호/방화 피해자 : "작년에도 여기를 왔다 갔다 하는 애들이 있었어요. 조금 어린애들이 오토바이를 훔쳐가는데도 그냥 혼내서 보냈어요. 절대 하지 말라고, 그런데 올해 이런 상황이…."]
경찰과 소방당국은 CCTV에 포착된 남성이 주택과 오토바이에 가연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검은색 계열의 외투와 흰색 운동화를 신고 있는 방화범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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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jjh11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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