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없는 전철’ 첫날… "공간 여유" vs "충돌 불안"

안경준 2024. 1. 1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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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가려고 방금 열차를 하나 보내긴 했는데, 붐비는 것만 줄어든다면 의자가 빠져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이날 서울교통공사(서교공)가 출근시간대 열차 한 칸의 의자를 없앤 채 시범 운행한 '객실 의자 없는 열차'를 처음 타본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다만 의자가 있는 바로 옆 칸은 열차 출입문 앞까지 승객들이 빽빽이 서 있는 반면 의자 없는 칸은 출입문 앞에 여유공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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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엇갈린 표정
서울시, 4호선 1개 칸서 시범 운행
객실 의자 없애자 출입문 앞 여유
부딪힘 잦아… 안전성 우려 제기도
전문가 “편리성 증대 추세 역행”
日처럼 가변형 좌석 설치 제안도

“앉아서 가려고 방금 열차를 하나 보내긴 했는데, 붐비는 것만 줄어든다면 의자가 빠져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10일 오전 7시50분, 서울 노원구 당고개역 4호선 사당역 방면 승강장으로 들어온 지하철에 탑승한 승객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일이야”라며 의자가 있는 옆 칸으로 이동하는 승객도 있었다. 이날 서울교통공사(서교공)가 출근시간대 열차 한 칸의 의자를 없앤 채 시범 운행한 ‘객실 의자 없는 열차’를 처음 타본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이날 세계일보 취재진도 오전 7시20분쯤 경기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출발한 사당행 열차에 탑승해 봤다.
평소보단 낫지만… 출퇴근 시간 혼잡도 완화를 위해 서울 지하철 4호선에 ‘의자 없는 열차’ 시범운행이 시작된 10일 오전 사당행 열차 의자 없는 칸에 시민들이 평소보다 여유 있게 서 있다. 뉴시스
오전 8시15분쯤 길음역에 도착하자 열차 안은 여느 출근길과 다를 바 없이 혼잡해졌다. 다만 의자가 있는 바로 옆 칸은 열차 출입문 앞까지 승객들이 빽빽이 서 있는 반면 의자 없는 칸은 출입문 앞에 여유공간이 있었다.
서교공은 객차 내 혼잡도와 차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객실 의자 아래 중요 구성품이 적은 3호차를 객실 의자 제거 대상 칸으로 정했다. 3호차는 하행선의 경우 4번칸, 상행선의 경우 7번칸이다. 이날 미아사거리역에서 탑승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환승한 임민아(29)씨는 “혼잡도는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평소에는 성신여대입구역에서 환승하는 분들이 들어오면 출입문에서 안쪽까지 밀리는데 오늘은 (두 정거장 후인) 혜화역에서 안쪽으로 밀려왔으니 살짝 여유는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교공에 따르면 출근길 4호선에서 가장 혼잡한 구간은 한성대입구역부터 혜화역을 향하는 구간이다. 지난해 이 구간 열차 한 칸의 혼잡도는 193.4%였다. 이는 지하철 1∼8호선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정원의 2배 정도다. 서교공은 이번 시범 운행으로 4호선 열차 1칸의 최고 혼잡도가 최대 40%까지 개선되고 칸당 약 42명이 더 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의자가 없어지자 안전과 편의성, 실효성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일례로 이날 충무로역을 지나 객차에 여유 공간이 생기자 이동하는 승객들끼리 서로 부딪히는 일도 잦았다. 열차 한가운데에도 손잡이가 생겨 일부 승객이 가운데 서 있었기 때문이다. 노원역부터 1시간가량 지하철을 타고 출근길을 지켜본 장명숙(76)씨는 “의자가 있을 땐 사람들이 양쪽으로 서 있어서 가운데가 통로처럼 되는데 오늘은 중간에도 사람이 서 있으니 부딪히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혼잡도를 줄이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방식을 두고 아쉽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과)는 “과거에는 교통의 질을 따질 경황이 없었다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혼잡도뿐만 아니라 차내 냄새에도 민감하고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쾌적한 택시를 타는 경향도 있다”며 “광역버스는 입석을 금지하고 좌석 간 간격을 늘리는 등 편리성을 증대하는 게 추세인데, 이런 방식이 확대되면 열차가 말 그대로 ‘콩나물시루’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시가 대중교통 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만큼 지하철과 버스의 연계성을 높이는 식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성근 동양대 철도운전제어학과 교수는 “배차 간격을 줄이는 게 가장 좋겠지만 예산상, 신호시스템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일본처럼 가변형 좌석을 설치해 출퇴근 시간만 의자를 접거나 출입문 폭과 개수를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안경준·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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