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전물류단지 입주사에 제공한 인센티브·업무협약 내용 공개하라”
대전시가 남대전종합물류단지 기업 유치를 위해 제공하는 각종 특혜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인권위협 논란이 일고 있는만큼 노동환경 개선도 요구됐다.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본부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10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는 남대전종합물류단지 입주사와 맺은 업무협약(MOU)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대전시는 동구 구도동·낭월동 일대에 55만8868㎡ 규모로 남대전물류단지를 조성했다. 2008년 5월 착공에 들어가 2013년 6월에 준공, 일반분양에 들어갔으나 저조한 분양률로 10여년 간 장기 미분양 상태였다. 그러다 2020년 5월 쿠팡 및 쿠팡풀필드먼트제일차와 ‘쿠팡 물류센터 신설투자 및 지원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분양에 활기를 띄었다. 현재 남대전물류단지에는 22개 업체가 입주, 100% 분양됐다.
민선8기 들어 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대전시는 물류단지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유성구 구룡동 일대 둔곡지구에 북대전종합물류단지 조성계획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8월엔 기업 인·허가 행정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대전시 물류단지 개발 및 활성화 지원 조례’가 시행됐다. 이로 물류단지 인·허가 소요시간은 최소 4년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이들은 대전시가 물류산업을 확장하고, 관련 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면서도 정보 공개 등 시민 알권리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와 대전참여연대는 “지난해 9월 12일 ‘남대전물류단지 입주사와 대전시 간 MOU 체결사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시는 열흘 뒤 해당 정보가 ‘법인 등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는 사유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며 “물류단지 조성사업은 진행·관리·운영에 공공성 및 공익성이 강하게 요구되는데도 비공개 결정을 한 시는 그 책무를 져버렸다”고 규탄했다.
이어 “대전시가 물류산업에 대한 혁신적인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면 대전시민과 노동자를 배제할 순 없다”며 “알권리를 비롯, 지자체의 예산집행 및 자원활용에 대한 감시·통제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 등 물류산업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것과 관련, 노동환경 개선과 안전을 보장하라고도 역설했다.
쿠팡은 남대전물류단지 입주 시 600억 원을 투입, 남대전종합물류단지 내 3만319㎡부지에 쿠팡 첨단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신규 인력 300명 이상을 지역에서 우선 채용키로 시와 협약했다.
이들은 “쿠팡의 경우 다른지역에서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는데 해당 업무협약 배경과 내용에 노동환경 관련 조항이 있는지 사회적으로 공개되고 숙의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세금이 들어가고 대전의 노동자들이 일해야 되는 현장이 있다면 그 현장에 관한 정보와 예산 집행 내역,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하는데도 비공개 결정을 내린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민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대전시가 물류단지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도 아낌없이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시의 예산 집행에 대한 감시의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다”며 “대전시의 예산 집행과 사업 진행의 투명성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는 정보공개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와 대전참여연대는 전날 대전법원에 남대전물류단지 입주사와 대전시 간 MOU 협약 내용을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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