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들 잇따른 총선출마, 막을 방법 없을까?[권영철의 Why뉴스]
"검사나 판사 국회의원 모두 생계형으로 변하면서 직업윤리 변질"
"이전에도 검찰총장, 검사장, 차장 등 퇴직 직후 총선 출마해"
"공직자의 정치중립 담보위해, 출마 6개월이나 1년 전 퇴직하도록 해야"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정다운> 현직 검사들의 총선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직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국회의원 출마를 강행하는 세태에 비판이 쏟아지는데요. 권영철 대기자에게 더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현직 검사인데 지역민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논란이 됐던 김상민 검사, 결국 출마를 선언했네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가 9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김 검사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데 이어, 창원 의창구 소속으로 예비 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김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추석 무렵 고향 지인들에게 "뼛속까지 창원 사람", "지역사회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논란을 빚었습니다.
◇정다운> 당시에 '정치적 의미가 없는 안부문자'라는 취지로 해명했잖아요?
◆권영철> 지난달 28일 대검찰청이 감사에 착수해서 '검사장 경고'를 하자 그날부로 사직서를 냈습니다. 아직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인데 지난 6일엔 출판기념회도 열었고요. 이원석 검찰총장이 크게 분노하면서 추가 감찰을 지시한 상탭니다.
◇정다운> 문재인 정부에서 '친정부 검사'로 불렸던 이성윤, 신성식 검사장도 출마를 공식화 한 거죠?
◆권영철> 그렇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검 반부패부장,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8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9일에는 전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습니다.
이성윤 검사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생이 파탄에 이르렀음에도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活人劍)이 아닌 살인도(殺人刀) 칼춤이나 추고있는 윤석열 정권에게 묻습니다. 국민의 삶은 무엇입니까?"라고 시작한 뒤, "앞으로 윤석열 사이비 정권을 끝장내고, 윤석열 사단을 청산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선봉에 설 것"이라며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수원지검장을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한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6일 사직서를 내고 고향인 순천에서 출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10일 출판기념회를 겸한 북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김학의 불법출금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신 전 지검장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허위보도에 관여한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 이 연구위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감찰을 받고 있습니다.
◇정다운> 출마를 준비 중인 3명의 검사 모두 아직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거죠?
◆권영철> 그렇습니다.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으니 현직 검사 신분인 겁니다. 특히 국가공무원법상 김상민 검사는 감찰이 진행 중이어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을 것이고, 이성윤 검사와 신성식 검사도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사직서를 수리할 수 없습니다.
◇정다운>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서 아직 공직자 신분인데, 출마가 가능한 겁니까?
◆권영철> 이른바 '황운하 판례' 때문에 출마 가능합니다.
◇정다운> 황운하 판례요?
◆권영철> 황운하 의원이 2020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경찰청에 사직서를 냈지만 수리되지 않아 경찰관의 신분으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겸직 논란이 빚어졌고, 상대 후보자가 당선무효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습니다.
2021년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이 공직선거 후보자가 되기 위해 공직선거법이 정한 기한 내에 소속 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공직선거법 53조 4항에 따라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그 직을 그만 둔 것으로 간주돼 정당에 가입하거나 후보자등록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직선거법 제53조 ④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 그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 둔 것으로 본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해당 조항은 소속 기관장이 사직원 수리를 지연하거나 거부함에 따라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고 공무원의 사직원 제출 후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황 의원은 2020년 4·15 총선 출마를 위해 경찰청에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황 의원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는데,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에서 비위와 관련한 수사를 받는 경우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정다운> 감찰이나 수사 중일 때 함부로 그만둘 수 없게 한 이유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출마를 하는 경우엔 사표 제출만으로 그만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거네요. 황운하 의원뿐 아니라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첨예한 사안인 듯한데, 이런 경우엔 대법원 소부가 아니라 전원합의체에서 더 심층적으로 심리했어야 하지 않나요?
◆권영철>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법조인들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정근 변호사는 "대법원 소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21년 4월 29일 사직원 수리 여부와 무관하게 선거 90일 전에 사직원만 제출하면 후보자등록이 유효하다고 판시했다"면서, "이번 '검사들의 법률적으로 수리될 수 없는 사직원 제출 사태'를 보면서, 위 대법원 판결은 전원합의체에서 반드시 변경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공보연구관은 "공직선거법 53조 4항에 명시된 '그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때'라는 문언을 충실하게 해석한 결과"라면서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 소부에서 합의가 안 되거나 대법관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합니다. 만약 소부에서 만장일치 의견이더라도 판례 변경이 필요하면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하게 되어있습니다.
당시 주심판사인 김선수 전 대법관에게 전원합의체로 가는 논의는 없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에 문자메시지 등으로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정다운> '황운하 판례' 이전에도 검사가 현직에서 곧바로 국회의원 출마를 한 사례가 있었나요?
◆권영철> 이번 사례처럼 사직서를 냈는데도 수리가 되지 않아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출마선언을 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전에는 비위가 발견될 경우 사표를 내는 걸로 징계를 대신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다만 퇴직하자마자 곧바로 정당에 입당을 하거나 출마해서 검찰내부의 비판을 받은 사례는 있습니다.
첫 사례가 김도언 전 검찰총장 사례입니다. 제26대 검찰총장으로 임기를 마치자마자 나흘만에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에 입당해서 부산 금정지구당 위원장을 맡았고 1996년 15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 됩니다.
그렇지만 김 전 총장 때문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검찰청법을 개정합니다. 주요 내용은 "총장은 퇴직일로부터 2년 이내 공직에 임명되거나 정당의 발기인 또는 당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당시 김기수 검찰총장과 고검장급 7명 전원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고검장 7명에 대해서는 각하했지만, "검찰총장 퇴임후 2년이내 공직취임 제한은 결과적으로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했습니다.
◇정다운> 그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나요?
◆권영철> 있었습니다. 이미 정계를 떠났으니까 실명을 언급하진 않겠습니다만, 지방검찰청 차장검사에서 곧바로 같은 관내 고향에서 출마해 4선 의원을 지낸 경우도 있고, 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재직하다 곧바로 출마해 재선의원을 지낸 경우도 있습니다.
검사직을 유지한 채 출마한 건 아니지만 퇴직하자마자 출마해서 후배검사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김기수 전 검찰총장이 낸 헌법소원 결정문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1948년 10월 31일부터 1995년 9월 15일까지 역대 검찰총장 26명 중 13명이 퇴직 후 2년 안에 공직에 임명되었는데 그 중 12명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었고 1명은 내무부장관으로 임명되었다. 1980년 이후인 15대에서 26대까지 검찰총장 12명 중 6명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고 1명은 여당의 지구당위원장을 거쳐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는 것입니다.
28대 김태정 검찰총장은 임기를 3개월여 남겨두고 법무장관으로 임명됩니다만, 이른바 옷로비 사건이 터지면서 보름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납니다. 그 이후에는 검찰총장이 법무장관으로 가는 사례는 없습니다. 변호사 등록도 후임 총장의 임기가 끝날 때쯤에서야 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을 겁니다.
그렇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대선 출마를 위한 정치행보를 시작했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에서 곧바로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가는 전례 없는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비록 법무장관이 검사 신분이 아니라 국무위원이긴 하지만, 한 위원장의 경우 검사에서 곧바로 법무장관이 됐고, 법무장관에서 곧바로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가는 건 그렇게 모양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들의 말입니다.
◇정다운> 현직 검사가 정치권으로 바로 갈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지 않을까요?
◆권영철>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상민, 박대범 두 검사의 총선출마 움직임에 대해 "총선을 앞둔 시기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며 엄정조치를 지시한 이유가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검사뿐만 아니라 어느 공직자라도 공직에서 곧바로 정치권으로 가는 건 부적절하긴 마찬가집니다. 4년 전인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수진, 최기상, 장동혁 부장판사가 사직한 뒤 곧바로 총선에 출마해 논란이 일었지만 이들은 모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문제는 다른 공직자보다 검사나 판사의 경우에는 심판의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스포츠경기에서 심판이 직접 경기를 뛴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경기가 엉망진창 난장판이 되지 않겠습니까?
마찬가지로 검사나 판사가 퇴직 후 곧바로 정치권으로 간다면 재직 때 심판으로서 공정하게 일을 했다고 국민들이 믿어주겠습니까? 검사나 판사가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사회의 기강이 바로 서겠습니까?
그래서 '법관으로서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정당의 추천으로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거나 '검사가 퇴직한 후 1년 동안 공직후보자에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검사출마제한법이 발의됐지만 위헌여지가 있어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정다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검사나 판사가 곧바로 정치권으로 가는 게 아무렇지 않은 이런 풍토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권영철> 법률이 명백하게 규정돼 있으니 제도적으로 바로 잡는 게 맞을 겁니다.
우선 공직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90일 전에 퇴직을 해야 하는데 이게 짧으니 최소 6개월 또는 1년으로 하자는 겁니다.
특정 직역, 검사나 판사만 1년 전 퇴직해야 한다고 하면, 또 위헌소송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모든 공직자는 출마 6개월 전이나 1년 전에는 퇴직해야 한다는 조항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앞서 검찰총장 퇴직 후 2년간 공직도 정당가입도 못하게 했다가 위헌이 났으니 모든 공직으로 확대해서 적용하자는 겁니다.
그렇다고 징계나 형사처벌이 예상되거나 절차가 진행 중인 공직자의 사표를 수리하도록 허용한다면 이전처럼 사직 자체가 징계나 처벌을 대체하는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사실 판사나 검사를 그만두고 곧바로 선거에 나서는 건 법 이전에 직업윤리의 문제 아닐까요? 고검장을 지낸 한 중견법조인은 "법률 이전에 공직자의 기본자세"라고도 했습니다.
중견법조인들에게 왜 이렇게 됐을까? 라고 물어보니 "검사나 판사나 국회의원이나 모두 생계형으로 바뀌다 보니 그렇게 된 걸로 보인다"라고 진단을 했습니다.
또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경우 다른 검사들이 시속 60km속도로 달리는 것과 달리 시속 200km이상을 달리는 것처럼 몇 단계씩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는 모습도 검사들의 정치권 진출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는 전직 검찰총장의 지적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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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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