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민생토론회] 분당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2030년 첫 입주… 용적률 최대 500%
12조 규모 '미래도시 펀드' 조성
노후도요건 66.7% → 60% 낮춰
애초 임기 안에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의 착공 준비를 마치겠다는 입장이었던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 착공'으로 목표를 앞당기고 재건축 아파트의 첫 입주는 2030년을 제시했다.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의 경우 '재건축 첫 관문' 역할을 해왔던 안전진단을 사업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순서를 바꾼다. 이른바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도심 내 신축 주택 공급에 속도가 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나서는 것이다.
전국에서 준공 30년을 넘긴 아파트는 173만가구(2022년 기준)로 전체(1195만가구) 중 15% 정도다. 정부는 이런 정비사업 제도 개선을 통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재건축 75만가구와 재개발 20만가구 등 전국에서 95만가구가 정비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강남이나 강서, 노원, 도봉구 등의 노후 단지가 주목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신축 소형주택은 주택수에서 제외해 수요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방 악성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세제혜택 카드를 꺼내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선다.
정부는 10일 이런 내용이 담긴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선호도 높은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와 신도시 공급 물량 확대, 건설경기 회복 등이 주요 골자다.
구체적으로 우선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을 가장 먼저 추진할 선도지구는 올해 하반기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에서 각각 1곳 이상 지정한다. 이어 내년 중 특별정비계획을 수립해 재건축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등인데, 향후 최대 500%의 용적률을 적용해 사업성도 높여주겠다는 복안이다.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안전진단이다. 현재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재건축 절차에 돌입할 수 없어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나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식을 전환해야만 했다. 앞으로는 정비계획 수립과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재건축 절차를 먼저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안전진단은 사업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순서를 바꾼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전진단 순서가 바뀐 것이 무조건 호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시행인가 시기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이미 발생한 비용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이 없게될 수도 있다"며 "안전진단을 없애거나 노후도(단순 30년 이상 단지 등)로 조건을 바꾸지 않는 이상, 그저 안전진단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작년 대폭 낮춘 안전진단 기준을 추가로 더 낮출 계획이다. 당장 안전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주차난, 층간소음, 배관 문제 등으로 거주 환경이 나쁘다면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안전진단을 폐지하는 수순이 될 전망이다.
규제완화 뿐만 아니라 자금 지원도 계획됐다. 220조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 1기 신도시 전체 재정비에 대비해 내년에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 펀드'를 조성해 자금조달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기반시설 설치 비용은 공공기여금을 유동화해 조달한다. 특별정비구역의 공공기여금을 담보로 지방자치단체가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1기 신도시별로 각 1곳 이상 이주단지를 조성한다. 신도시 내 유휴부지나 인근 공공택지 공급 물량 일부를 이주단지로 활용한다. 분당의 경우 팔리지 않는 LH 오리 사옥에 오피스텔 등을 지어 이주단지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떠오르고 있다. 대규모 정비사업 뿐만 아니라 소규모 정비사업도 문턱을 낮춘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은 80%에서 75%로 완화하고, 노후도 요건(30년 이상 건물 비율)은 3분의 2(66.7%)에서 60%로 낮춘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은 토지주가 아파트를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취득 시점 기준(토지주 우선공급일)을 바꾼다. 이 부분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국토부는 중소 규모의 신규 재정비촉진지구인 '미니뉴타운' 지원도 늘린다. 소규모 재건축, 가로주택정비 등 재정비촉진지구 내 사업은 노후도 요건을 3분의 2에서 50%로 완화하고, 올해 상반기에는 '미니뉴타운'을 지자체와 함께 공모해 용적률 완화 등 특례를 부여할 계획이다.
다만 규제완화만으로는 재건축 등이 속도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다. 재건축 사업에는 사업성 여부가 주요 결정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안전진단을 없애는 정도로는 재건축에 큰 영향이 없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같은 보다 강력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정부가 결국은 시장 상황을 보면서 규제 완화에 더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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