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현장 누빈 최태원·정의선·정기선… 생존 위한 `합종연횡`

현대차·SK 수소에너지 협력 논의
정의선, HD현대와 협업 해석도

정의선 회장 안내하는 최재원 수석부회장 [연합뉴스]

이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의 특징 중 하나를 꼽으면 재계 총수들간의 합종연횡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현대차그룹과 'SDV-시스템반도체 협업'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냈고, 현대차와 SK 간 수소에너지 협력 가능성도 커졌다.

이들 총수들은 과거의 이해관계를 넘어 생존을 위한 사업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결국 '실력' 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 회장은 9일(현지시간) 자사 부스인 SK원더랜드를 방문한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에도 방문했다. 최 회장이 삼성전자 부스에 방문하자 이재용 회장을 대신한 한종희 부회장이 직접 맞이해 주요 전시제품에 대해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포티투닷이 삼성전자와 인공지능(AI) 기반 SDV 플랫폼 개발과 전장용 시스템온칩(SoC), 오토 제품 확대 등에 대한 업무협약(MOU)를 맺어 의미를 더했다.

정 회장은 또 SK 부스도 찾아가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미래 모빌리티와 그린 에너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현대차와 SK 간의 친환경 에너지 협력 논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날 유정준 SK그룹 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은 현대차 부스를 방문해 장재훈 사장과 수소 에너지 수요 확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유 부회장은 이날 수소를 넘어 현대차의 SDV 사업 현황도 직접 둘러봤다.

정 회장은 사촌동생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만나 HD현대사이트솔루션 부스를 살펴봤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부스를 크게 무인 굴착기가 전시된 퓨처 사이트, 디지털 트윈과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이 배치된 트윈 사이트, 수소 사업 전략을 제시한 제로 사이트 등 3개로 구분했는데 이날 정 회장은 특히 '제로' 사이트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대차가 이번 CES에서 수소 산업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데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조한 만큼 HD현대와의 협업도 염두해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이날 CES 현장을 찾았다. 허 회장은 삼성전자, 현대차뿐 아니라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의 현황을 직접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도 그룹사 중 유일하게 부스를 차린 롯데정보통신을 방문해 격려했다.

이처럼 총수들이 이처럼 직접 현장에 출동한 것은 단순한 관람 차원이 아니라 신사업으로 경기침체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절박함이 담겨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에 따라 삼성-SK-현대차-LG로 이어지는 친환경차 전방위 협력,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 시너지 확대, LG와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의 협력 확대 등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라스베이거스(미국)=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