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바다의 우유` 굴의 힘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가가 풍부한 굴은 요즘 같은 겨울철에 제 맛이 나는 음식이다. 서양에서는 해산물을 날것으로 먹는 습관이 없지만, 굴만은 예외적으로 날것을 즐겨 섭취하고 있다. 그만큼 식품으로서 굴의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굴에는 각종 비타민을 비롯해 철분, 요오드, 인, 칼슘, 망간 등이 다량 함유 되어있다. 단백질과 지질은 다른 어패류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인체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글리코겐이 많다. 글리코겐은 인체에 흡수되면 곧 포도당이 되어 에너지의 공급원이 되며 소화가 빠르기 때문에 환자나 노인, 유아 및 임산부 등에게 좋다.
특히 아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아연은 남성의 정액 중에도 다량 존재하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활성화에 중요한 물질이다. 서양에 'Eat oyster, love longer'(굴을 먹으면 더 오래 사랑하리라)라는 속담도 있다. 실제 성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매일 굴을 먹게 했더니 좋은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평소 굴을 꾸준히 먹으면 전립선 비대증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굴의 미끈거리는 물질 속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있다. 타우린은 심장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성분이다. 이는 지질과 지용성인 비타민A, E 등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해산물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릴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놀랍게도 굴은 몸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중성지방을 현저히 낮추며,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시키는 작용을 한다.
한방에서는 굴을 '모려육'(牡蠣肉)이라고 부른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굴은 맛이 달고, 살결을 곱게 하고 얼굴빛을 좋아지게 한다. 바다에서 나는 식료품 가운데 가장 좋다'라고 쓰여져 있다. 굴은 버릴 것이 없다. 굴 껍질은 '모려'(牡礪)라는 한약재로 많이 쓰인다. 굽지 않고 그냥 곱게 간 모려는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경우에도 효과가 있다.
고온에 가열한 다음 곱게 간 모려는 수렴시키는 성질이 강해져, 밤에 자면서 식은땀을 흘리거나 남자의 유정이나 몽정이 나타나는 경우에 효과를 발휘한다. 혹은 여자의 대하를 치료하는데 쓰기도 한다. 소아들의 잦은 야뇨증(夜尿症)에도 구운 모려가 도움이 된다.
특히 구운 모려에는 강력한 제산(制酸) 작용이 있어 위염이나 위산과다에 많이 쓰인다. 일본에서 이루어진 실험에 의하면, 섭씨 2000도에서 가열하여 가공한 굴껍질의 가루가 탁월한 제산작용 및 항궤양 효과를 나타내었다고 한다. 신경성위염에 많이 쓰이는 '안중산'(安中散)이란 처방에 이 굴 껍질의 가루가 들어간다.
굴은 눈의 피로회복에도 좋다. 굴에는 비타민A, B 등 시신경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어서, 눈이나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는 좋은 식품이다. 또한 불면증에는 말린 굴이 효과가 있다. 굴은 신경을 진정시키는 작용이 있는데, 특히 말린 굴의 효과가 뛰어나다. 한참 물에 넣어 불려서 죽으로 만들거나, 국을 끓이거나, 기호에 맞추어 먹으면 좋다.
신선한 굴은 몸집이 통통하고, 밝고 선명한 유백색에 광택이 있고, 용기의 물도 맑으며 만져보아 탄력이 있어야 좋다. 맹물에 굴을 씻으면 굴이 불어나고 영양성분이 손실되므로 찬 소금물에 살짝 씻어야 한다. 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탄력이 떨어져 축 늘어지고 맛도 덜하다. 그래서 약간의 레몬즙을 뿌리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초고추장의 식초와 레몬의 산은 굴의 영양소 흡수를 촉진하고 타우린의 손실도 막을 수 있어 효과적인 음식궁합이다.굴은 11월에서 2월까지가 가장 맛있다. 꽃구경 하고 나면 굴을 먹지 말라고 한다. 5월부터 8월까지는 굴의 산란기라 맛도 덜하고 독소가 생길 수 있고, 기온이 높아 잘 상하기 때문에 굴의 섭취를 권하지 않는다. 어둠이 내리는 저녁, 맛있는 굴 요리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느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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