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적용유예 불발… 50인 미만 中企 ‘잔인한 새해’
업주 “사고나면 회사 경영 끝장”...안전·보건 전문인력 ‘구인 막막’
당정이 추진했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확대를 2년 더 늦추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경기도내 중소기업들이 ‘희망이 사라졌다’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회에선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지만, 중처법 전면 적용 유예기간을 2년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제정된 중처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 발생 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골자다.
법 적용은 지난 2022년 1월27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작됐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시간을 더 준다는 의미에서 2년 늦춰 오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재계는 기업에 미칠 타격 등을 우려해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했고, 당정도 적용시기를 2년 더 늦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사실상 이번 본회의 상정이 물 건너가면서 원래 일정대로 추진되는 것이 유력해졌다.
이에 도내 중소기업들은 중처법 유예 불발 소식에 한숨을 쉬고 있다. 그간 중소기업계는 안전·보건 전문인력의 부족 등으로 인해 아직 중처법 전면 적용 이후의 환경에 대해 충분한 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화성에서 20명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제조업체 대표 이모씨는 이번 중처법 유예 불발에 대해 ‘희망이 사라졌다’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 사업장에서도 근로자들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면서도 “앞으로는 사고가 나는 순간 회사 경영은 끝난다고 봐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일할 인력 구하는 것도 힘든데, 안전관리 인력은 또 어디서 구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시흥에서 금형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씨(55)는 “개정안 상정이 물 건너가면서 사실상 영세 사업주들은 폐업에 내몰릴 정도로 경영 여건이 안 좋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법을 안 지키겠다는 것도 아닌데, 수많은 영세사업주들이 한 목소리로 시간을 더 달라고 하는 요구를 들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보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들도 지난 9일 중처법 유예 법안이 끝내 처리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 6단체는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민생을 외면한 처사”라며 “경제계와 정부의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유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답답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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