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덕수 이어 조태용도 ‘엑손모빌 임대료’ 가벼이 볼 일인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미국 정유업체 자회사로부터 거액의 부동산 임대료 수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엑손모빌의 한국 자회사 모빌코리아윤활유는 2017년 9월~2019년 12월 조 후보자의 서울 용산 단독주택에 3억2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월 12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지급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조 후보자는 외교부 차관 퇴임 후 일본에 체류 중이었지만, 가족들은 서류상 이 집에 계속 거주한 것으로 돼 있다. 홍 의원은 “단순한 임대 행위가 아니라 전관 또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미국 기업의 일종의 관리 수단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중개인을 통한 정상적 거래’라며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자의 부동산 거래를 가벼이 넘기기 어렵다. 임차인이 실거주했는지 분명치 않고, 서민들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주택 임대료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슷한 방식의 임대 행위가 다른 정부고관들에게도 확인된다는 점이 문제다. 엑손모빌 측은 1995년 한덕수 국무총리의 서울 종로 단독주택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1억6000만원을 지급한 적이 있다. 한 총리는 그 집에서 미국 통신기업 AT&T로부터 임대료 6억원을 받은 적도 있다.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은 1998~2000년 서울 강남 아파트를 미국 통신기업 모토로라의 한국 자회사에 1억2000만원에 임대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중개인을 통한 정상적 거래라고 답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국가 안보나 경제통상 관련 요직에 있었던 고관이나 전관 임대인과 외국계 통신·정유 기업 임차인이 이어진 게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국내 사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정부 고관 출신들을 상대로 하는 신종 로비 방식이 아닌지 의심할 법하다.
국회와 관련 정부기관은 이러한 거래에 이해충돌이나 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설사 당시 법 테두리 내에 있었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관들의 회전문 인사가 어느 때보다 만연한 상황에서 안보·통상 관련 고관을 지낸 사람들은 처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미 본인 음주운전 전과기록, 두 아들의 보충역 판정, 배우자의 뒤늦은 증여세 납부와 관련해 자료 제출을 거부해 비판받은 조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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