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총선行 줄사표… "정치 편향" 비난 고조

전상범·이성윤 등 잇단 사직 처리
檢선 징계 중 사표 내도 출마 가능
‘퇴직 1년간 제한법’ 3년째 계류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법원이나 검찰을 떠나 정치권으로 향하는 판검사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와 재판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공직선거법 개정이나 현직 판검사의 피선거권을 일정 기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전상범(45·사법연수원 34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를 의원면직 처리했다. 전 부장판사는 국민의힘으로부터 총선 인재 영입 제안을 받고 지난달 법원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 90일 전 퇴직해야 한다. 올해 4월 치러지는 총선의 경우 11일이 기한이다.

사진=뉴시스

11일자로 의원면직 예정인 심재현(52·30기)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도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상 퇴직을 앞둔 법관은 12월쯤 법원에 퇴직 의사를 밝히고 2월 정기 인사에 맞춰 사직한다. 반면 선거 출마를 위해서는 미리 사직서가 수리돼야 해 따로 사직 처리가 된다.

앞서 검찰에서는 김상민(46·35기) 대전고검 검사와 이성윤(62·23기)·신성식(59·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서를 냈다. 이들은 다만 대검찰청 감찰 또는 재판을 받는 중이라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이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도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공직선거법(53조 4항)은 “사직원이 접수된 때에 그 직을 그만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2021년 4월 대법원도 일명 ‘황운하 판례’를 통해 사직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공무원이 후보 등록 및 정당 가입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징계 과정 중 사표만 제출하면 출마할 수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공직선거법이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부분을 ‘직을 면해야 한다’는 식으로 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검사 퇴임 후 일정기간 선거 출마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선거권을 원천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으니 재판이나 수사를 하다 곧장 선거에 나서는 것만큼은 막아보자는 취지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판검사 출신 정치인의 밑천이 결국 법원이나 검찰 재직 경력”이라며 “정치 영역으로 바로 진입하는 경우가 늘면 수사나 재판도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는 의심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사법신뢰 회복을 위해 공직후보자 출마 시기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검찰 간부도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의문이 발생할 수 있는 사정을 보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판검사가 퇴직 후 1년간 공직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검찰청법 개정안은 3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 법조인은 “선거 때마다 인재 영입이라는 명분으로 판검사를 데려가는 정치권에서 스스로 영입 풀을 제한하는 개정을 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이종민·유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