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판박이' 논란에…학원문제 또 뒤져본다는 교육부

강영연/이혜인 2024. 1. 1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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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이의 신청에서 사교육 업체에서 나온 문제와의 유사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수능 출제본부에 입소한 이후일지라도 사교육 업체의 모의고사를 입수해 출제 중인 수능 문항과의 유사성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수능 시행 이후 이의 신청에서 문제 오류뿐 아니라 사교육 기관 모의고사 등과의 유사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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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카르텔' 긴급 회의서 재탕대책 내놔
수능 출제위원 합숙한 이후라도
사교육 모의고사와 유사성 검토
사태 터질 때마다 부랴부랴 땜질
출제위원, 특정대학 출신 집중
관료도 사교육行…유착 의혹 커져

앞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이의 신청에서 사교육 업체에서 나온 문제와의 유사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문제 자체의 오류가 없다면 검토를 배제해왔다. 출제진이 입소한 뒤 나온 사교육 업체 모의고사도 검토해 비슷한 문제가 출제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 같은 대책이 기존 발표의 재탕 수준에 그친 데다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박이’ 출제 논란에 모의고사도 검수

교육부는 오석환 교육부 차관 주재로 ‘사교육 카르텔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책을 마련했다고 10일 밝혔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그해 9월 나온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과 이듬해 출간 예정이던 EBS 수능 연계교재 감수본에 포함돼 유출 의혹이 일자 긴급회의를 열었다. 교육부는 “교육부, EBS,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데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교육 카르텔 타파를 위해 감사 및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은 △사교육 강사와 현직교사 간 문제 거래 원천 차단 △EBS 교재 집필·감수진의 사교육 유착 방지 △수능 출제 및 이의 신청 처리방식 개선 등 세 가지다. 이 중 사교육 강사와 현직교사 간 문제 거래를 원천 차단한다는 대책은 이미 지난해 12월 ‘교원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며 나온 정책의 재탕이다. 교육부는 “가이드라인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연수 및 조사를 할 것”이라며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등을 통해 접수하는 사안에 대해선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과 EBS 교재 출제 과정도 더욱 엄격히 관리할 계획이다. EBS 교재 집필·감수진에 대해서도 수능 출제진 수준으로 사교육 유착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EBS 집필과 감수에 참여하는 현직 교원 등은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지금도 사교육 업체에서의 겸직이 금지되고 있어 새로운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수능 출제본부에 입소한 이후일지라도 사교육 업체의 모의고사를 입수해 출제 중인 수능 문항과의 유사성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수능 출제위원들이 합숙을 시작한 뒤에도 암행 순찰식으로 사설 모의고사 등을 점검해온 것과 어떤 차별성을 둘 수 있을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됐다.

수능 시행 이후 이의 신청에서 문제 오류뿐 아니라 사교육 기관 모의고사 등과의 유사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영어 23번 문제는 수능 직후 이의 신청이 들어왔지만 문제에 오류가 없다는 이유로 묵살됐다.

 교육부 전관, 퇴직 후 사교육 기업으로

이런 가운데 교육부 고위 관료들의 사교육 기업행이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이날 전직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 고위 공무원들이 퇴임 후 주요 사교육 업체의 사외이사, 감사 등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대통령실을 포함한 일부 고위 공무원의 가족은 사교육 기업 주식에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정부와 사교육 기업 간 카르텔이 공고하다”며 “겉으로는 사교육 척결을 외치지만 뒤로는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수능 출제 위원이 특정 대학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출제위원 후보군이 한정돼 사교육과의 유착 가능성이 커진다는 진단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2014학년도 이후 수능 출제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특정한 시기에 특정 대학 출신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출제위원장 등의 출신 학교 등에 따라 일부 대학이 수능 출제를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영연/이혜인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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