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내일 운명의 날…채권단 "워크아웃은 피해 최소화 방안" 긍정 신호
2금융권 포함 주요 채권자 회의 개최
태영그룹, 자구 약속·이행경과 설명
채권단 "약속대로 이행되면 절차 진행 원활"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결정권을 쥔 은행과 2금융권의 주요 채권자들이 10일 태영그룹의 자구 약속을 재확인한 뒤, 그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관련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짓는 투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긍정적 입장이어서, 돌발 변수가 없다면 개시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정 하루 앞두고…2금융권 주요 채권자도 '긍정적 의사'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주요 채권자 회의를 열었다. 태영그룹의 태영건설 자구 약속 상세 내용 설명이 재차 이뤄진 이번 회의엔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 뿐 아니라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2금융권 채권단 관계자들도 두루 참석했다. 태영건설과 그룹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자구 약속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비공개 회의 후 설명 자료를 통해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자구 계획과 계열주의 책임 이행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이런 자구 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기업 개선 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돼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자 등 많은 이해 관계자의 손실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다만 "채권단은 실사 과정에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 계획 가운데 단 하나라고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공유했다"며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자구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태영건설 관리에 만전을 기해 채권단을 비롯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워크아웃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필요 시 지주사·SBS 지분 담보 제공'도 확약…워크아웃 개시 전망에 '무게'
이런 채권단의 메시지는 태영그룹의 자구 약속 이행을 전제로 사실상 워크아웃 개시 동의 의사를 표한 것으로 풀이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이뤄졌던 지난달 태영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여러 계열사 매각과 담보 제공을 통해 태영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이 담겼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 원 투입 △에코비트 매각 추진 △블루원 자산유동화·매각 동시 진행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이 대표적이다.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윤세영 창업회장이 보유한 태영건설 지분 관련 경영권 포기, 의결권 위임, 감자·주식처분 동의 의사를 비롯해 태영건설 보유 자산 담보 제공 또는 매각 확약도 최초 자구안에 포함됐다.
이에 더해 태영그룹이 전날 제시한 추가 자구안엔 SBS미디어넷과 DMC미디어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기존 담보대출 760억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한다는 약속이 담겼다. 이런 여러 약속 이행이 지연되거나, 이행됐음에도 태영건설 유동성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그 핵심 계열사 SBS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채권단은 이날 회의에서 이런 내용들이 확약됐음을 재확인했으며, 워크아웃 개시 가결 시 이 자구 계획을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산은은 설명했다.
내일 채권자 투표로 결정…워크아웃 개시되더라도 '산 넘어 산'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11일 산은의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에 따라 채권자별 서면 투표로 결정된다. 지난달 27일까지 신고된 태영건설 관련 총 금융채권액을 기준으로 75% 이상의 채권자가 찬성하면 개시 된다. 2금융권 채권자까지 긍정적 의사를 보인 만큼 일단 개시 결정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채권단 안팎의 시각이다. 투표 결과는 늦어도 12일엔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워크아웃이 개시 결정이 이뤄지면, 오는 4월11일까지 3개월 동안 태영건설에 대한 금융사들의 채권 행사가 유예되며, 이 기간 동안 채권단 선정 회계·법무법인의 태영건설 자산·부채 실사와 이를 토대 삼은 기업 개선 계획 수립 작업이 이뤄진다. 이 계획엔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별 채무 조정·자금 지원을 비롯한 처리 방안도 담기게 된다.
채권 행사 유예 기간은 필요에 따라 한 달 연장될 수 있는데, 이런 결정이 없으면 4월11일 기업 개선 계획 결의 절차가 진행되고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이 계획 이행 약정 체결을 거쳐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공동 관리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만약 워크아웃이 불발돼 태영건설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동결되고 자금 지원도 이뤄지지 않아 협력업체 등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한편 강석훈 산은 회장은 태영건설 채무 규모에 대해 "직접 채무 1조3천억 원, 이행보증 채무 5조5천억 원, 연대보증 채무 9조5천억 원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앞서 설명했다. 채권단이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되선 안 된다'는 입장인데다가, 자구 약속 이행도 '현재 진행형'인 만큼 워크아웃이 개시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긴장 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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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psww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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