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고용시장 이탈의 함의: 미들아웃의 실종 [마켓톡톡]
2023년 연간 고용동향 발표
고용률 최고치, 40대 이탈 여전
퇴직자 중 비자발적 퇴직 많아
美日 미들아웃과 다른 움직임
2023년 인구감소 여파로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40대 근로자들의 고용시장 이탈 현상은 이어졌다. 40대 퇴직자의 절반 가까이는 비자발적 퇴직이었다. 초저금리로 연명해온 한계기업들이 고임금 등을 이유로 40대 근로자의 퇴직을 종용하는 것도 문제다. 40대 퇴직이 의미하는 것들을 짚어봤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23년 연간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률은 69.2%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은 60세 이상에게 돌아갔다.
반면, 인구수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에서 40대 취업자들의 고용시장 이탈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두 현상 모두 '양질의 일자리'와 관련이 깊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 275만6000명 중에서 60세 이상 근로자는 125만5000명으로 45.5%를 차지했다.
■ 40대의 이탈=한국경제인협회가 2023년 1월 발표한 40대 고용시장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40대만 고용률이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40대 인구는 지속해서 줄고 있지만, 고용률‧비경제활동인구‧취업자 등 지표는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40대 인구는 1년 전보다 14만2000명 줄었다. 같은 기간 30대 인구는 7만명대로 감소했고, 50대와 60대는 증가했다. 지난해 40대 인구가 큰 폭으로 줄었는데도, 취업자 수는 1만9000명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0대 고용률은 79.0%로 30대의 79.6%보다 낮았다. 40대는 지난해 일자리 규모 비중에서도 관련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50대에 밀렸다. 40대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쉬었음'을 택한 사람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해엔 26만7000명을 기록했다.
기업 등이 40대를 퇴출시키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40대의 월평균 소득이 50대와 30대보다 높아서다. 통계청이 지난해 3월 발표한 '2021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보고서를 보면 40대 근로자가 월평균 소득 414만원으로 50대(388만원), 30대(361만원)보다 많았다.
둘째, 40대 취업자가 많은 제조업‧도소매업‧건설업 경기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한경협의 '40대 고용시장 특징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7~2022년 40대 취업자는 도소매업에서 21만2000명 줄었고, 제조업에서 10만4000명 감소했다. 40대 취업자의 비중이 높은 4대 업종은 2022년 기준으로 제조업(18.8%), 도소매업(12.8), 교육서비스업(8.4%), 건설업(8.3%)이다.
셋째, 국내 기업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인건비에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의 수는 초저금리 시대부터 최근까지 15% 내외를 기록했다. 한경협은 한시적으로 1년간 한계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을 합치면 "한국 상장사에서 한계기업의 비중은 2022년 30.8%, 2021년 30.7%, 2020년 34.6%, 2019년 31.9%였다"고 분석했다.
이런 기업이 내린 처방은 인건비 감축이다. 산업연구원은 2021년 '국내 한계기업 결정요인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노동비용 감소 등 기업구조조정 노력이 한계기업의 탈출 가능성을 높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대로 서구권에서는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간신히 내는 수준의 기업인 좀비기업(zombie company)이 경영실패로 정상적인 회사에 갈 수 있는 취업자들을 소모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좀비기업은 인건비가 높아서 이익을 못 내는 게 아니라 청산해야 하지만 초저금리 상황에서 대출로 연명하는 회사를 말하기 때문"이라는 게 서구권의 시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18년 보고서에서 "좀비기업은 생산적이지 못하므로 경제에 부담을 주고, 이들로 인해 생산적인 기업을 향한 투자와 고용을 감소시킨다"고 규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좀비기업이 다음해에도 좀비가 될 확률은 1987년 40%에서 2016년 65%로 증가하는 추세다.
■ 유연한 노동시장의 상징=40대의 지속적인 고용시장 이탈은 함의가 또 있다. 우리 사회가 충분히 '유연한 노동시장의 시대에 들어섰음'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40대 근로자들이 가장 높은 인건비 문제로 사실상 퇴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경협의 올해 1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40대 퇴직자의 45.6%가 비자발적 퇴직을 당했다.
비자발적 퇴직자는 휴·폐업, 명예·조기퇴직, 정리해고, 사업부진의 사유로 퇴직한 사람을 뜻한다. 퇴직자 중에서 비자발적 퇴직자의 비중은 2017년 38.5%에서 5년 동안 7.1%포인트나 커졌다.
40대가 원하지 않았던 퇴직을 당하면 사회적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40대는 평생 가장 많은 돈을 모아야 하는 시기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국민이전계정' 지표에 따르면 1인당 생애주기 흑자가 가장 많은 시기는 평균 43세로 1792만원 흑자였다. 27세 이전과 61세 이후에는 지출이 소득보다 많은 적자기간이다.
그런데 흑자 구간이어야 할 40대에 소득이 충분하지 못하면 개인으로선 노년기 빈곤을 겪어야 하고, 사회적으로는 다음 세대의 교육비 등 적자를 보충해주지 못한다. 모두 사회적 부담이다. OECD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40.4%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40대의 고용시장 이탈은 한국이 지난해 세계 경제 흐름을 이끌었던 미국과 일본의 '중산층 주도 경제성장(미들아웃‧Middle-out)'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뉴리퍼블릭 편집장인 마이클 토마스키는 2022년 「더 미들아웃」이란 책에서 "정부가 경제에 전례 없는 개입을 하면서 임금은 올랐고, 실업률은 여전히 낮으며, 중산층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미들아웃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직은 결론지을 수 없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몇년간으로 한정하면 미들아웃의 경제적 효과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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