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리더에게 듣는다③]"저성장의 해..구조조정 키운다"(종합)
[파이낸셜뉴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2024년 한국 경제 성장률으로 2%대를 전망한다. 구조조정 부문을 키울 수 밖에 없다”
박남수 EY한영 전략·재무자문부문 대표의 2024년 M&A(인수합병) 시장에서 포부다. 물가 상승률에 못미치는 경제 성장률에 구조조정 매물이 대거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다. 특히 여러 유예조치와 정치적 이슈가 끝나는 올해 상반기부터라고 예측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2023년 6월 클로징), HMM(우선협상대상자 하림그룹-JKL파트너스) 등 채권단 구조조정 딜(거래) 매각자문 시장점유율 '톱티어'로서 강점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비(非) 집중 사업부 매각 필수적
박 대표는 10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2024년은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자회사, 사업부의 매각이 필요하다.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중견기업 등이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의 실적이 떨어지다보니 조달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매각할 자산이 있으면 몸집을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신성장 섹터 진출을 위해선 비(非) 집중 사업부의 매각이 필수적이란 지적이다. 1등이 아니면 버티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위한 M&A다.
특히 부동산 경기악화로 건설 관련 사업을 영위중인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계열사 매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리테일(소매)을 영위하는 대형 그룹은 이미 점포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통해 '온라인 비즈니스'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구조조정도 예상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 사모펀드의 40%가 구조조정돼 없어져서다. 연기금 등 대형 투자자(LP) 입장에서 봤을 때 큰 돈을 받아줄 운용사(GP)는 한정되는 만큼, 사모펀드 입장에서 규모를 키우기 위해 '합종연횡'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포트폴리오가 한번 망가지면 펀딩이 안돼 회사가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대기업들은 2년 전부터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지만, 기업의 실적이 나빠진 2024년은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스몰딜(작은 거래)들은 좀 더 어려움이 지속될 것 같다. 연기금과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봤을 때 딜 사이즈가 안맞다. 대체투자에서 보통 나타나는 초기 J커브 효과(투자 초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현상)를 감내할 수 있는 새마을금고같은 앵커 투자자(LP)가 사라진 것도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모펀드 운용사간 세컨더리(구주 유통) M&A는 2023년에 어려웠다. 투자자 입장에서 손실을 확정하기 싫어서 미룬 영향이 있다"며 "'밸류에이션 갭(가치 차이)'에 대한 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진 않고 있지만,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는 만큼 새로운 환경에 맞는 기업가치(EV) 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 M&A 시장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한 해로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봇(금융정책 방향 전환) 선언에도 불구, 경기침체 영향이 커서다.
다만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역대급 펀드 레이징을 통해 드라이파우더(미소진금액) 보유하고 있고,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통해 다수의 기업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M&A 시장 전망을 어둡게만 볼 수 없는 배경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했던 포트폴리오의 펀드 만기가 다수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2024년에도 고금리가 어느정도 지속된다면 프로젝트 펀드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중견기업 관련 M&A 보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관련 M&A, 대기업들의 해외진출과 관련한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M&A 시장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우리 시장 금리는 한국은행보다 미국 금리를 따라가고 있다. 조달금리가 높다보니 밸류에이션이 인수자 입장에서 높을 수가 없는데 매도자의 입장에선 눈높이가 낮아지지 않다보니 딜이 연기되고 있다"며 "다만 2024년은 딜 클로징(거래 종료) 리스크가 줄어들고, 시장이 일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동주의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중견 및 대기업에서 투자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포트폴리오로서 접근이다. 대규모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과거와 다르게 이러한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다만 상장사 투자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한다면 투자 후 추가 수익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란 입장이다.
그는 "미국은 회사의 오너가 1대주주, 창업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사회가 지배하는 구조로, 이사회는 대다수 주주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행동주의펀드의 M&A에 대해 검토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한국 기업은 오너가 있어서 거버넌스 문제로 행동주의펀드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협업'을 통해 두자릿수 성장 기대
EY한영의 전략·재무자문부문은 민덕기 본부장이 이끄는 재무자문본부(TCF)와 변동범 본부장(전략컨설팅 리더)이 이끄는 전략자문본부(EY-파르테논)로 구성돼 있다. 재무자문본부에는 이근희 M&A1 파트너, 이상범 M&A2 파트너, 김종원 VME(가치평가) 파트너, 김영근 TD(재무실사) 파트너, 엄태정 PE 파트너, 정용호 ICF(통합재무자문) 파트너, 하준우 NPL(부실채권 자문) 파트너, 김윤식 TRE(부동산) 파트너로 구성돼 있다. 전략자문본부는 전략컨설팅 외에 김남형 TRS(구조조정) 파트너, 권규한 PMI 파트너, 심창용 밸류크리에이션 파트너로 구성돼 있다.
그는 2024년 '협업'을 통해 전략·재무자문부문의 전년 대비 두자릿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전략 컨설팅을 바탕으로 M&A, PE팀이 딜이 될만한 섹터에 파이프라인을 찾는 방식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전략, 구조, M&A팀이 협업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딜의 시작부터 PMI(인수 후 통합) 등 끝까지, 추후 매각까지 끈질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회계, 실사자문을 넘어 매각 및 인수자문을 위해 선제적으로 고객에게 제안을 하고 구조를 만들어 유동성이 부족한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딜 스토리를 써내려 나갈 것"이라며 "2024년은 구조조정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만큼 강화할 것이다. 크로스보더 M&A는 국내 기업이나 투자자는 아웃바운드(해외) 딜로, 글로벌 PE는 국내 중견 기업을 소개해 볼트온 M&A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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