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큐비트 국산 양자컴 첫 시연 공개…"양자중첩 구현 등 기대 이상"
2030년 500큐비트 이상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양자컴퓨터가 첫 발을 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주축이 돼 개발한 20큐비트 양자컴퓨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개발을 주도한 표준연 연구진들은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가늠하는 각종 수치가 목표치를 가뿐히 넘어섰다고 밝혔다.
10일 서울 반포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개최된 'K-퀀텀 스퀘어 미팅' 세 번째 행사에선 화상 연결을 통해 20큐비트 양자컴퓨터가 구동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부 지원으로 개발 중인 20큐비트 양자컴퓨터의 시연 시기는 당초 2024년으로 예정됐다가 2023년 말로 앞당겨진 바 있다.
이날 시연은 표준연과의 화상 통화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큐비트의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초전도 공진기를 사용해 각 큐비트를 관찰했고 이들의 공진 주파수를 확인했다.
큐비트 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양자 게이트를 정의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양자 게이트는 양자 컴퓨터의 계산 구조를 설계하는 논리 함수다. 게이트를 구축하는 데는 올바른 양자 순환 운동인 '라비 진동'이 활용된다. 표준연 측은 "20큐비트에 대해서 라비 진동이 수행되는 것이 확인되면서 양자 회로를 구동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양자컴퓨터에서 실제 양자 회로가 구동됐다. 이번 시연에선 총 7개의 양자 게이트를 통해 126개의 양자 중첩 상태가 확인됐다.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확인하는 지표 중 하나인 두-큐비트 얽힘상태도 구현됐다. 표준연 측은 "양자 상태를 확인하는 단층촬영에선 95%의 양자 상태가 구현됐다"며 시연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자컴퓨터 개발 현황을 발표한 이용호 표준연 원장은 20큐비트 양자 컴퓨터 개발이 순항중이라며 향후 목표치에도 문제없이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이번 2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양자 장치의 기능을 확인하는 주요 수치들이 모두 목표치를 상회했다"며 "결맞음 시간, 게이트 신뢰도 그리고 양자증폭기의 증폭률과 동작범위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30년 전까지는 국산화된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까지 무사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후발주자에 속한다. 주요국의 양자컴퓨터 발전 상황을 살펴보면 민간기업 중에선 미국 IBM이 2021년 127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공개했고 올해 1121큐비트까지 성능을 높일 예정이다. 중국 양자컴퓨터 업체 오리진퀀텀은 6일 72큐비트 양자컴퓨터 가동을 시작했다. 일본 후지쯔는 지난해 10월 64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공개한 바 있다.
출발이 늦은 만큼 정부 주도 하에 적극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2027년까지 50큐비트급, 2031년까지 1000큐비트급, 2035년까지 상용화된 양자컴퓨터를 내놓는다는 목표다.
이날 행사에선 이같은 목표를 위한 정부의 양자컴퓨터 R&D 투자 계획도 발표됐다. 2026년까지 50큐비트 양자 컴퓨터 구축과 클라우드 서비스 시연을 위해 2조6490억원을 투입한다. 8년간 9960억원 규모로 실시되는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도 출범할 예정이다. 임무지향형 대형 연구를 표방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예타 조사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이날 양자 컴퓨터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양자 전용사업은 2023년 13개 사업 968억원 규모에서 2024년 1285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양자 분야에서 한국은 아직 기술 역량과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기술이 상용화 이전 단계로 글로벌 리더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R&D 예타 사업을 준비하고 양자 인력 양성 및 산학연 협력을 통해 생태계를 조성하며 정부도 든든히 뒷받침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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