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장례식에도 조의금을 낸다?…사실인지 알아보니

최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 장례식 조의금 얼마나 해야 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친구가 강아지 장례식에 오라길래 조의금은 생각 안 하고 갔는데 조의금을 넣는 함이 있더라"며 "당황했지만 나중에 서운해할까 봐 급하게 5만원 뽑아 넣었는데 이게 맞나 싶다"고 적었습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게시글에는 "반려견을 사랑하는 건 알겠는데 친구 불러서 굳이 조의하라고 하냐. 가족끼리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 "본인 강아지 장례식에 오라는 것 자체가 이해 안 된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편으로는 "반려견 장례식 해 봤는데 가족끼리 1시간 정도 화장하고 끝났다. 친구 부를 틈도 없고 부를 크기의 공간도 안 되고 조의금 함도 없었다. 악의적으로 올린 글 같다"며 사실이 아닌 글을 올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반려동물 장례업체와 장례지도사에 물어봤습니다.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가족의 모습.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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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부르는 것도 흔치 않아…조의금 함은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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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처음 들어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보호자들이 반려동물 장례식에 지인을 부르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며, 조의금 함도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근 반려동물 장례식은 염습과 추모, 화장, 분골을 거쳐 봉안까지 사람 장례식과 비슷한 절차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이 과정을 진행하죠.

장례절차와 장례용품 선택에 따라 장례비용은 5kg 미만 소형견의 경우 최소 20만원부터 비싸게는 80만원이 넘기도 합니다.

다만 장례식 기간은 최대 3시간 정도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반려동물을 키우던 가족, 또는 같이 돌봐주던 가까운 지인 정도만 장례식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 반려동물 장례업체 관계자는 "보호자와 가까이 살면서 함께 반려동물을 케어해온 지인이 아닌 이상 그냥 지인을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100명 중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강아지 장례를 치른다고 해서 부조를 받는 경우도 없다"며 "모든 업체를 다 들여다본 건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반려동물 장례식에 조의금 함을 만들어 오시는 분들에게 돈을 받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장례업체들 역시 "업체 차원에서 조의금 함 두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B 장례업체 관계자는 "보호자가 개인적으로 조의금 함을 놓았을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사례가 있다고 들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납골당 모습.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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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문자·조의금 전달 서비스까지 생긴 반려동물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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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 장례식을 치르는 반려인구가 늘어나면서 장례식장과 서비스도 다양해진 건 사실입니다.

한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부고 문자 서비스를 최근 도입했습니다. 보호자들이 주변 지인에게 반려동물 부고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업체 관계자는 "부고 문자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지만 이용률이 높진 않다"며 "아직까지는 반려동물의 부고를 주변에 알리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 반려견과도 연이 있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한테만 보내는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업체는 부고 문자에 '조의금 전달'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는데요. 일반적인 조의금처럼 현금으로 보호자에게 전달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업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는 보호자를 대신해서 장례 비용을 내주고 싶다는 지인분들의 문의가 예전부터 꽤 있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조의금 전달하기'를 통해 돈을 보내주면 그만큼을 전체 장례 비용에서 제외하는 기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례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기획한 것인 만큼 장례비용 한도 내에서만 받을 수 있도록 기능이 설정되어 있다"며 "사실 이 기능을 이용하는 분들은 더 드물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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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버릴 순 없잖아요…늘어나는 장례식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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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구가 점점 늘면서 반려동물 장례식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많아지는 건 우리나라의 동물 사체 처리방법과 연관이 있습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개인 사유지를 포함해 허가받지 않은 동물의 사체를 매장하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합법적인 방법은 세 가지.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쓰레기로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동물장묘업으로 등록된 장례식장에서 화장·건조장·수분해장으로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반려동물이 가족이 된 요즘 시대상을 생각하면 보호자들에게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은 도의에 어긋난다고 느껴질 수 있죠. 그래서 많은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장례식장을 찾는 겁니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2022년 말 기준 약 552만 가구입니다.

반려 가구의 64.5%는 반려동물이 죽으면 화장 후 수목장, 메모리얼 스톤, 봉안당 안치 등 화장 후 장묘시설 이용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수요가 늘면서 반려동물 장례식장도 크게 늘었습니다. 현재 법적으로 허가된 동물장묘업체는 73곳에 달합니다. 한 반려동물 장례업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성장하면서 장례업계도 포화상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진 업계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닌 겁니다. 전문가는 앞으로도 다양한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병석 부산경상대 반려동물산업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도심 한가운데에 반려동물 추모 카페를 만들어두고 있다"며 "언제든지 들러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추모하는 방식인데, 대도시에서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우리도 비슷한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례식장에서는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겪게 되는 '펫로스 증후군'을 치유하는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