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판박이 문제' 지적 시 이의심사…사설 모의고사도 수집(종합)
교육당국 후속대책…시험 직후 논란에 무대응
사설 모의고사, '피뎁방'서 암암리 거래되는데
당국이 수집 가능할까…교육부 "추후 밝힐 것"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사교육 업체의 사설 모의고사 등과 유사한 문항이 출제됐다는 지적이 나오면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검토 절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출제 전후로 사설 모의고사를 입수해 출제 중인 문제와 유사성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범위가 방대하고 구매가 암암리에 이뤄져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10일 교육부는 전날 오후 오석환 차관 주재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EBS 측과 가진 '사교육 카르텔 긴급 점검회의'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침은 대형 사교육 업체 일타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에 실린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에 유사하게 출제됐다는 논란에 따른 후속 조처다.
지난 8일 교육부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메가스터디 조모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 속 지문과 유사하게 실린 배경과 관련해 지난해 7월께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뒤늦게 밝혔던 바 있다.
해당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됐다.
평가원 측에도 시험이 끝난 지난 2022년 11월 당시부터 해당 문제의 지문과 조 강사의 문제집 지문이 유사하다는 취지의 이의제기가 127건이나 제기됐다.
당시 평가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후 우연의 일치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의혹 제기 시점부터 8개월이 지난 뒤에 경찰에 넘겼다.
감사원은 이처럼 교육부와 평가원이 의혹을 인지하고도 늦장 대처를 한 배경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에 조 강사 문제집과 수능 영어 23번 문제, EBS 교재 감수본에 같은 지문이 실린 배경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와 EBS, 평가원은 전날 회의에서 감사 및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 및 경찰청 수사로 명확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공동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앞서 8일에는 지난해 7월 조 강사와 함께 수사 의뢰한 교사 4명은 2023학년도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던 바 있다.
교육부는 조 강사가 해당 교사 4명에게 금품을 주고 예상문제를 사들여 사설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오는 등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교육부는 출입기자단 대상 설명회를 갖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공개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조 강사와 교사들이 주고받은 금전의 액수, 문제 된 EBS 감수본 교재 집필진과 사교육 업체 간 유착 가능성은 물론 EBS 감수본 집필 시점 등에 대해 질문이 쏟아졌으나 "감사, 수사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만 했다.
교육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사교육 강사와 현직교사 간 문제거래 원천 차단 ▲EBS 교재 집필·감수진의 사교육 유착 방지 ▲수능 출제 및 이의신청 처리 방식의 개선 등을 담은 대책을 마련해 내놓기로 했다.
특히 평가원은 이번에 논란이 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처럼 시험 시행 이후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검토 절차와 조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학년도 수능 종료 직후 영어 23번 논란에 평가원은 문제와 정답 자체 오류에 대한 이의신청이 아니라며 심사 대상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문 유사성 만으로 이의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범위까지 (검토)할 것인지는 좀 더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평가원은 출제 과정에서 사교육 업체에서 수강생들에게만 제공하는 사설 모의고사 문제까지 입수해 유사한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검증을 강화할 방침이다.
평가원은 지금까지 매해 수능 출제 전 시중에 판매되는 문제집과 참고서를 수집한 뒤 출제본부가 가동돼 출제위원들이 합숙소에 입소할 당시에 배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조 강사의 문제집처럼 사교육 업체에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직접 수강생들에게 판매한 문제에 대해서는 걸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사교육 업체에서 급성장한 유명 재수학원의 사례처럼 강의를 듣는 수강생에게 한정해 모의고사 문제지를 제공하는 경우는 이를 평가원이 입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당 업체의 모의고사 문제는 소위 '적중률'이 높아 학생들이 웃돈을 주고 이른바 텔레그램 '피뎁방' 등을 통해 암암리에 구매하는 사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지적에 교육부 관계자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서 추후 소상히 밝히겠다"고만 답했다.
EBS도 사교육 업체와 유착을 막기 위한 집필자 구성과 운영 원칙을 강화하고 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완료된 교재 문항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한다.
교육부는 교사들이 사교육업체에서 강의·문항 출제·학원 교재 제작에 참여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등을 통해 접수되는 사안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며 "향후 재발을 방지하고 수능 출제 공정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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