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진화하는 '국대 캡틴' 김혜성, 커리어하이 경신하고 '절친' 이정후·고우석처럼 ML 꿈 이룰까

오상진 2024. 1. 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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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캡틴으로 성장한 김혜성 / 사진=뉴스1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이번 겨울 KBO리그는 두 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먼저 지난해 12월 15일(이하 한국 시간) 이정후(26)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4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이정후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처남-매제 사이인 고우석(26)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 달러(약 59억 원, 옵션 포함 최대 3년 93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두 선수가 모두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한 가운데 이제 다음 겨울 빅리그에 도전할 선수는 누군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메이저리그 도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는 '국가대표 캡틴' 김혜성(25·키움 히어로즈)을 꼽을 수 있다.

국가대표팀에서 뭉친 (위부터) 김혜성, 이정후, 고우석 절친 3인방 / 사진=뉴스1

이정후, 고우석과 절친이자 프로 입단 동기인 김혜성은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7순위로 큰 기대를 받으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데뷔 첫해인 2017년 16경기 출전에 그쳤던 김혜성은 2018년 1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0 5홈런 45타점 31도루를 기록하며 단숨에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다.

이후 김혜성의 성적은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2021년에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뒤를 이어 주전 유격수를 맡은 김혜성은 정규시즌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해 첫 3할 타율(0.304)과 도루왕(46도루)를 차지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다만 유격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실책 신기록(35개)을 세우며 어려움을 겪은 김혜성은 2022년 다시 2루수로 복귀했고, 129경기 타율 0.318 4홈런 48타점 34도루의 성적으로 2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KBO리그 역사상 2루수와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모두 석권한 것은 김혜성이 최초였다.

김혜성의 성장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23년 1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5(리그 3위) 7홈런 57타점 25도루로 다시 한 번 커리어 하이를 경신한 김혜성은 3년 연속 골든글러브(2년 연속 2루수 부문)를 수상하며 명실상부 KBO리그 최고의 2루수로 우뚝 섰다.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혜성 / 사진=뉴스1

2023시즌을 마친 뒤 김혜성은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입단 2년 차부터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김혜성은 2024시즌을 마치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김혜성은 지난 12월 홍원기 감독과 면담을 통해 미국 진출 의지를 밝히고 2024시즌 다시 유격수로 포지션을 이동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성은 2년 차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하긴 했지만 앞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김하성, 이정후처럼 리그 정상급 타자로 꾸준한 성적을 기록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혜성은 지난해 wRC+(조정 득점 생산력) 142.1과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6.19를 기록했는데, 김하성의 KBO리그 시절 커리어하이(wRC+ 2020년 147, WAR 2021년 7.17)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김혜성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타율뿐만 아니라 장타력과 선구안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아직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시즌은 없지만 지난해 외야 타구 비율(50.4%→62.4%)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데뷔 후 가장 높은 장타율(0.446)을 기록했다.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2018년 33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119개의 삼진을 당한 김혜성은 볼넷/삼진 비율(BB/K)이 규정타석 타자 62명 중 56위에 머물 정도로 선구안에 약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매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57볼넷 77삼진으로 BB/K를 0.74(규정 타석 50명 중 21위)까지 끌어올렸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한 김혜성 / 사진=뉴스1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많은 경험치를 쌓은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김혜성은 6경기(선발 4경기)에서 타율 0.615(13타수 8안타)를 기록하며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지난해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까지 3개 대회에 출전했고 그 중 아시안게임과 APBC에서는 2개 대회 연속 주장을 맡으며 금메달과 준우승에 기여했다.

한편, 김혜성은 지난해 3월 열린 WBC를 앞두고 베이스볼 아메리카(BA) 꼽은 유망주 TOP 10에서 9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BA는 김혜성을 뛰어난 컨택 능력으로 2루타와 3루타를 만들어내는 타자로 평가했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갖춘 내야 유틸리티 자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혜성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도루 능력도 메이저리그 진출에는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김혜성은 통산 181개의 도루를 성공하는 동안 실패가 31개에 불과할 정도로 성공률 높은 도루 능력을 자랑한다(도루 성공률 85.4%, KBO리그 역대 1위). 지난해 메이저리그는 베이스 크기 확대와 투수의 견제 제한 등으로 도루가 크게 늘었고, 1920년 라이브볼 시대 이후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 2위(3,503개 / 1위 1987년 3,585개)를 기록할 정도로 '도루의 시대'가 됐다. 앞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아시아 출신 야수들에 비해 홈런 생산 능력은 떨어지지만 시대에 흐름에 맞는 도루 능력은 장점으로 어필되기 충분하다.

키스톤 콤비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혜성(왼쪽)과 김하성 / 사진=뉴스1

김혜성은 지난해 APBC를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길에서 김하성이 자신을 차기 메이저리거로 꼽은 것에 대해 "하성이 형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도 가서 잘하고 싶다"며 큰 포부를 드러냈다. 매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커리어 하이를 경신해온 김혜성이 2024년을 최고의 해로 만들고 '절친' 이정후, 고우석과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지 새 시즌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뉴스1
기록=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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