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총선 앞두고 대대적 부동산 규제완화 띄우기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며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방침을 밝혔다. “다주택자 규제도 완전히 바꾸겠다”면서 중과세 해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 정부가 전방위적 규제완화를 강조한 데는 ‘부동산 민심’을 선점하려는 뜻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문제를) 자유로운 재산권의 행사,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시키고 경제 원리와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되게 해 줘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임 정부들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부동산 정책이 정치와 이념에 따라 왜곡돼왔다는 취지의 비판을 담은 것으로 읽힌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4일 경제정책방향을 두고 열린 첫 토론회에 이어 두번째다. 윤 대통령은 신년 업무보고를 주제별로 묶어 정부가 초청한 시민과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하는 형식으로 개최 중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밝힌 부동산 정책 기조는 각종 규제와 세금을 줄이고, 개발을 확대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잘못된 규제의 부작용과 국민의 고통을 이미 뼈아프게 경험해 왔다”면서 이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준공 30년이 넘은 주택은 재건축 전 안전진단을 없애는 안을 추진한다. 경기도 일산 등 ‘1기 신도시’에 대해선 “제 임기 내 반드시 재건축 공사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 참석에 앞서 일산 신도시 내 최고령 아파트 단지인 백송마을 5단지를 찾아 노후 아파트 현장을 점검했다.
다주택자 세금 부담을 낮추는 정책 기조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집값을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징벌적 과세를 해 온 것은 정말 잘못됐고 결국 피해를 서민들이 다 입게 됐다”면서 “중과세를 철폐해서 서민, 임차인이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한시적으로 유예됐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도 낮춰졌다. 이에 더해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축 소형 주택을 취득할 경우 3주택자 이상이라도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중과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참석한 시민들과의 토론 과정에서도 부동산 문제의 ‘시장 원리’를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도 ‘규제’보다는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은 ‘내 집, 내 재산권을 어떻게 할 건지는 내가 선택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탄생했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거를 막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세금 문제를 두고는 “보유한다는 자체만으로 보유세, 거래세, 양도세를 중과하면 그 산업이 발전하지 않는다”며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 더 세금을 뜯어내야지’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사실은 중산층과 서민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부세와 보유세도 그렇게 뭐 아주 부자들이 세금 내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규제완화 이슈를 띄우면서 부동산 개발 심리를 자극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결국 3개월 남은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 개발 심리에 기대어 민심에 소구하려는 여권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앞선 정부에서도 대선과 총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 등장해 왔다. 국민의힘도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김포 등 ‘수도권 메가시티’를 띄워 지지율 하락을 막는 반짝 효과를 본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총선 민심을 당기려는 정책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야당은 이를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해 비판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부동산 경기 안정화에 노력해야 할 대통령이 집값을 띄워 표를 얻어 보려는 얄팍한 심산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니 파렴치하기 짝이 없다”면서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안겨주지는 못할망정 정부가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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