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있는 사람들한테 더 세금 뜯어내야지’ 생각, 중산층과 서민 죽여”
33년된 단지 지하주차장 방문
尹, “저희 정부 타깃은 중산층과 서민”
尹, “관사 녹물 심하지 않았다면 사표 안냈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 일산동구 아람누리에서 개최한 국민 민생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영국 국빈 방문 당시 한 대당 72억 원에 이르는 벤틀리 차량을 예로 들며 그는 자산에 대한 보유만으로 과세하는 ‘보유세’를 강하게 비판했다. 임기 내 1기 신도시 재건축 착공을 약속하는 등 재개발‧재건축 속도전을 공언하는 동시에 전임 정부의 조세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 尹 “보유세 때리는 건 사실 소유권 부정”
윤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고가(高價) 차량 중과세해야지’ 생각하기 쉬운데, 그게 사실은 중산층과 서민을 죽이는 것”이라며 “왜냐면 벤틀리 승용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직장을 갖게 되고 협력업체들이 작은 중소기업까지 전부 뛰어들어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싼 물건을 가지고 있어서, 좋은 집을 가지고 있어서 과세를 만약에 한다면 그런 집을 안 만들게 된다”며 “그런데 그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중산층과 서민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고 후생(厚生)이 거기서 나온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산 보유를 이유로 한 과세를 두고 “소유권 부정”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과세를 하더라도 어떤 수익에 대해, 뭔가 이익이 발생한, 많이 번 사람한테 과세를 한다는 개념으로 우리가 생각을 좀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를 예로 들며 “배기량이 많은 (차량이라면) 그만큼 환경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정부 대책에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 차원이라는 합리적 근거가 (과세에) 있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있는 사람한테 뜯어내야 한다는 식으로 하면 일자리 손실을 보고,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기회를 놓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희 정부 정책의 타깃은 어디까지나 중산층과 서민”이라며 “중산층과 서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고, 겉으로 볼 때 약자와 서민을 위한 정책 같지만 실제 효과가 발생하는 프로세스를 봤을 때는 (오히려 서민들에게) 불리한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찾아내 걷어가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가 2017년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보유세 개념을 부각했던 것과는 다른 스탠스다. 2021년 대선 레이스 당시 추 전 의원이 ‘국토보유세’를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추미애 후보님이 대선 1호 공약으로 ‘지대 개혁’을 발표하는 걸 보고 ‘역시 추다르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 尹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이걸 막았는지”
윤 대통령은 민생 토론회에 앞서 경기 고양시 일산의 최고령 아파트 단지인 백송마을 5단지를 찾아 신속한 재건축 지원을 약속했다. 백송마을 5단지는 1기 신도시인 일산에 최초로 준공된 33년차 아파트 단지다.
윤 대통령은 입주자대표회의,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대표 등 주민들과 함께 지하주차장을 둘러보며 주차공간 부족, 노후된 천장 마감재를 살펴봤다. 직접 아파트 세대를 찾아 누수·내부 균열 등 문제를 점검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 50여명, 정부 여당 관계자들과 약 80분 간 생중계로 ‘주택 토론’을 벌였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겸한 토론회 주제는 ‘국민이 바라는 주택’이었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백송마을 아파트도 겉은 칠해서 멀쩡해 보이는데 지하주차장이랑 주택 안을 가보니 말이 아니다. 그런데 안전진단을 하면 또 뭐 괜찮다고 한다”며 “그래서 재건축을 못하고 이러고 있는데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다. 주민들이 집합적 재산권을 행사하겠다는데 가로 막는다면 이 정부도 좀 한심한 상황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지체되는 재건축 진행 과정을 두고 그는 “정부가 무슨 권한으로 이걸 막았는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가 제한하는 공공복리는 ‘고도의 공공성’이 있을 때만 되는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 尹 “관사 녹물만 심하지 않았다면 사표 안냈을 것”
윤 대통령은 이날 검사 시절 관사 거주 경험을 꺼내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검사 생활을 잠시 접고 변호사를 1년 하다가 다시 복직했는데 그때 관사 녹물만 심하지 않았어도 제가 사표를 안 내고 근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 관사에 가서 청소하시는 분한테 다섯 차례 맡겨 청소했는데도 냄새가 안 가시고 근무하는 내내 향을 뿌리고 지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어 “20년이 좀 넘었는데도 수도를 틀면 녹물이 나와서 5분을 틀어놔야 녹물이 빠져서 그제야 양치할 수 있을 정도였다”며 “(노후화는) 수도권 문제만이 아니고 전국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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