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노다지 속으로 풍덩 심해광물 채굴 세계 최초 승인

독일 영토 80% 달하는 면적
리튬·구리 등 핵심광물 매장
환경단체는 "해양파괴" 반발

노르웨이가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국내외의 거센 반대에도 영해 내 심해 광물 자원 탐사를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노르웨이는 세계 최초로 심해 광물 자원 채굴을 허용하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가디언 등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노르웨이 의회는 이날 영해 내 약 28만1000㎢에 달하는 북극 해저 지역에서 광물 자원 탐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찬성 80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탐사를 허용한 지역의 면적은 독일 영토의 80%에 달하고 영국보다 크다.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노동당과 중도당으로 구성된 소수 연립정부는 야당인 보수당·진보당과 심해 채굴 허용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끌어냈다. 다만 노르웨이 정부는 당장 심해 광물 자원 시추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추를 원하는 기업은 면허를 얻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의회는 제안서를 검토해 면허 발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심해 광물 자원 채굴이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채굴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때만 채굴을 허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해 채굴이 승인되면 노르웨이는 심해 광물 자원 채굴을 반대해온 유럽연합(EU)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EU 정치인 120명이 노르웨이 의회에 공개 서한을 보내 심해 광물 자원 채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전 세계 과학자 800여 명도 심해 광물 자원 채굴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훼손되지 않은 서식지 중 하나인 심해는 풍력 터빈에서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리튬, 스칸듐, 구리, 아연 등 녹색경제에 필요한 광물 자원의 보고로 오랫동안 주목받아왔다. 노르웨이과학기술대(NTNU)는 노르웨이 영해 대륙붕에 있는 구리 매장량이 최대 2170만t으로 2019년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했다. 아연 매장량은 최대 2270만t으로 추산됐다. 전자제품과 합금에 사용되는 고농도 리튬과 희토류의 일종인 스칸듐도 당시 탐사에서 발견됐다.

환경단체는 물론 과학계와 정치권은 노르웨이의 결정을 거세게 비판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프로데 플레임 노르웨이 대표는 "이날은 노르웨이에 수치스러운 날"이라며 "노르웨이가 해양 지도자를 자처하면서 북극 해양 파괴에 청신호를 켜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제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