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치 어겼다고 공개처형"…북, 사형제 계속 확대(종합)

하채림 2024. 1. 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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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 북한인권백서 2023 발간…"南영상물 소지, 등굣길 불시 단속"
작년 2월 '비상방역' 실천을 독려하는 북한 조선중앙TV 프로그램 [조선중앙TV 화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북한에서 방역조치 위반 죄목으로 공개 처형이 이뤄졌다는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이 나왔다. 남한 대중문화 소지·유포에 대한 감시·처벌이 심해져 길거리 불시단속도 수시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연구원은 1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백서 2023'을 발간했다.

이번 인권백서는 지난해 탈북한 북한 주민 6명을 포함해 비교적 최근까지 북한에 거주한 71명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를 반영했다.

통일연은 이번 백서에서 북한이 사형 규정을 계속 확대하며 주민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북한 형법은 국가전복음모죄 등 8개 죄목에 사형을 규정했으나, 2022년 개정 형법에서는 공화국 존엄 모독죄와 외국인에 대한 적대행위죄 등이 더해져 최고형을 사형으로 규정한 죄목이 11개로 늘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비상방역법'(2021), '마약범죄 방지법'(2021),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2), '평양문화어 보호법'(2023) 등 특별법을 제정하고 위반 시 최고형으로 사형을 명시했다.

북한이 비상방역법 규정에 따라 실제 처형을 공개 집행했다는 탈북민의 증언도 처음으로 입수됐다. 지난해 북한에서 탈출한 한 주민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모아서 방역조치를 위반한 사람들을 공개 처형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최근에는 공개 처형이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는 증언도 여러 건 수집됐다고 백서는 전했다.

백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을 종합할 때 2010년 전후로 공개처형이 감소하고는 있으나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처형 자체가 감소한 것인지 공개만 줄어든 것인지는 판단을 유보했다.

통일연구원 북한인권백서 2023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백서 2023 기자간담회에서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이 북한 주민의 생명권,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4.1.10 yatoya@yna.co.kr

북한 정권이 영상 등 외부문화 유입과 외부정보 유통을 강력하게 통제하면서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도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탈북민은 "남한 녹화물에 대한 단속이 매우 심한 편이어서 등교 길목에서 갑자기 컴퓨터, 녹음기, 손전화(휴대전화) 등을 단속하는 식"이라며, 자기 아들이 2019년 한국 노래 200곡을 지니고 다니다가 길거리 단속으로 적발됐다고 전했다.

다른 탈북민들도 "2019년 남한 드라마를 보다가 노동단련형 7개월을 받았다", "중국 드라마에 나오는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다 적발되면 돈을 주고 처벌을 면할 수 있지만, 남한 영상물을 따라 하면 처벌이 엄중하다"고 진술했다.

북한에서도 가부장제 의식이 약화하는 양상이며,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생계를 부양하는 여성이 늘어난 데 주로 기인한다고 탈북민들은 설명했다.

남녀관계에 관한 인식이 변하면서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증언도 다수 나왔다. 그러나 이혼의 법적 절차가 복잡해 성사가 어려우며 돈과 뇌물이 있어야만 이혼이 가능하다는 게 탈북민들의 설명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장 이후 여성의 정치적 진출이 많아졌다는 증언도 눈에 띈다. 2022년 심층면접에서 탈북민 여러 명이 권력기관이나 지배인 구성의 약 30%가 여성이라고 진술했다고 백서는 소개했다.

성폭력 처벌은 되레 약화했다. 2022년 개정 형법에서 강간죄·윤간죄에 대한 형기가 단축됐다. 아동 대상 성범죄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데도 2022년 개정 형법에는 여성 아동(15세 미만)만을 피해자로 규정했다.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3' [통일연구원 제공]

무상의료가 사실상 붕괴하면서 주민의 건강권 보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지난해 심층면접에 응한 탈북민은 "뇌물 없이 진료받으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리며 사람이 거의 죽어가더라도 뇌물을 준 사람을 우선한다"고 증언했다.

공공의료서비스가 부실하기 때문에 의료기관 밖에서 개인적으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의사'를 이용하는 주민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 탈북민은 "개인의사 중에는 (의료기관) 현직에 있는 유능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개인의사를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의약품 부족과 잘못된 의료지식으로 '빙두'(필로폰), 아편 같은 마약류를 치료용으로 쓴다는 증언도 많았다. "빙두를 치료제로 생각해 감기나 축농증에 걸리면 빙두를 한다"거나 "아편을 약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집집마다 거의 다 가지고 있다"는 식이다.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백신 공급이 중단돼 아동 필수 예방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백서는 2022년 북한의 B형간염, 홍역, 소아마비, 결핵 예방백신의 접종률이 0%로 추정된다는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필수 예방접종 중단으로 인한 발병률 증가는 물론 앞으로 이들이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인사말하는 김천식 통일연구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백서 2023 기자간담회에서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0 yatoya@yna.co.kr

통일연구원은 1996년부터 매년 국문과 영문으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다.

이번 백서에 담긴 탈북민 심층면접 대상자 71명 중 60명은 2019년 이전에 북한에서 탈출했으며, 북한의 국경 봉쇄가 단행된 2020년 이후 탈북민은 10명에 그쳤다. 여성이 51명(72%)이고, 평양직할시 출신은 10명(14%)이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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