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교육장관이 교육업체에 취업"… 사교육 카르텔 10賊
국립대 간부가 주식 투자
사회 전반서 카르텔 만연
"정부, 수동적 조사에 그쳐"
교육부, 수능 지문 유출에
"절대로 일어나선 안될 일
감사원·경찰에 협조할 것"
서울대 입학본부에서 일했던 전직 입학사정관들이 현재 서울 대치동 입시업체에서 대입 컨설턴트로 일하고, 전·현직 교육부 인사 등 고위 공무원들이 사교육 관련 주식을 소유하거나 퇴직 후 사교육업체 임원으로 취업하는 등 공교육과 사교육 간 유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10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바른사회시민회의, 한국대학교수협의회,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미래교육혁명교육자연대 등과 함께 사교육 카르텔 10개 유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 교수는 "정부에서는 사교육 카르텔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고를 받은 뒤 조사하는 수동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양 교수 등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 사항'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 정부와 현 정부까지 본인 혹은 가족이 사교육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과거 보유했던 이력이 있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는 총 27명에 달한다. 특정 국립대 부총장이 한 교육 기업 6천여주를 보유하는 등 그 수량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배우자들이 '정상제이엘에스' '비상교육' 등 주식을 보유했다가 지난해 3월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을 보유하는 것 외에 현직을 마친 뒤 사교육업체에 취직하는 방식으로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행태도 지적됐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감사원, 건설근로자공제회, 경찰청, 교육부,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세청 출신의 공무원 10명이 사교육업체에서 강사, 사외이사, 임원 등으로 취업심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전직 교육부 장관과 교수, 의원들이 사외이사 형식으로 사교육업체에 재직한 상황 등도 공개됐다.
입시에서도 마찬가지 카르텔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교육컨설턴트협의회가 서울대 입학사정관과 대치동 컨설팅 업계를 연결해 입학사정관 출신 대입 컨설턴트들이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례가 소개됐다.
양 교수는 이 밖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23번 지문 의혹과 유사한 '수능 출제 카르텔', 강사들과 교사들이 교재 제작을 통해 유착한 '교재 출제 카르텔' 등도 언급했다. 이어 사교육업체들이 배치표에 실어주는 대학 광고를 매개로 각 대학의 배치표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는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지문 유출 의혹과 관련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데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
사교육 카르텔을 타파하기 위해 감사원 감사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수능 출제 관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은 수능 직후부터 대형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당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에서 발췌됐다. 또 이 지문이 비슷한 시기 제작된 EBS 수능 교재 감수본에 실렸다가 최종본에서 제외되는 일도 있었다. 감사원은 현재 해당 지문이 수능,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 EBS 수능 교재 감수본 등 3곳에 중복 출제된 경위 등을 감사하고 있다.
사설 모의고사를 제작한 강사는 현직 고교 교사들에게서 사들인 문항으로 교재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인물이다. 현재 교사 4명과 함께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됐다. 교육부는 해당 교사들이 2023학년도 수능이나 모의평가 출제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EBS 교재 집필에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수사·감사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앞으로 수능 시행 이후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 시 사설 모의고사 등과의 유사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그전엔 문항 자체의 오류 여부만 판단했다. 유사한 문제 출제 사실이 확인되면 전원 정답 처리할 것인지 등 사후 처리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건 없고 추후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익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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