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주파수 경매’ 제4통신사 등장 초읽기… “새 수익 모델 발굴이 사업 지속성 결정할 것”
”제4통신사, 기존 가입자·인프라 없어 수익 창출 어려워“
”기존 통신 3사 가입자 끌어올만한 독자적인 수익 모델 마련해야”
5G(5세대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활용할 ‘제4이동통신’ 사업자 유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일 5G 28㎓ 주파수 할당을 신청한 세종텔레콤, 스테이지파이브(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마이모바일컨소시엄)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 오는 25일 시작되는 주파수 경매를 통해 세 곳 중 한 곳이 제4이동통신사 자리에 오르게 된다.
주파수 할당 경매는 오름입찰방식으로 50라운드까지 진행된다. 오름입찰은 상대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른 기업이 해당 라운드 승자가 되는 방식이다. 이번 경매는 3개 중 2개 기업이 포기할 때까지 진행되며 라운드마다 경매가가 오르게 된다. 50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결론이 나지 않으면 서로 입찰가를 적어서 낸 뒤 가장 높은 기업이 최종 선정되는 ‘밀봉 입찰’을 진행한다.
입찰에 참여한 세 곳이 모두 적격판정을 받은 것은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통신 사업 진입 규제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허가제는 정부가 기업의 재정적·기술적 여건 등을 면밀히 파악해 직접 선택하는 방식인 만큼 상대적으로 엄격한 심사가 이뤄졌지만, 경매 절차가 있는 등록제에서는 기간통신사업 등록 결격 사유와 같은 기본적인 요건만 파악하면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후보 기업들의 재정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세종텔레콤과 스테이지파이브는 수년째 적자가 유지되고 있고, 미래모바일도 과거 제4통신사 모집 심사에 재정적 문제를 이유로 탈락한 바 있다. 이번에 미래모바일과 스테이지파이브는 각각 마이모바일컨소시엄, 스테이지엑스라는 이름의 컨소시엄 형태로 도전해 투자를 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초기 인프라 구축에 투자금을 대부분 사용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제4통신사가 28㎓ 대역 주파수를 통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결국 경매로 한 곳이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장의 수익보다는 투자가 집중돼야 하는 상황에서 후보자가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통신 사업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가입자 수와 인프라 수준이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초기 투자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 김병준 카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통신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분야”라며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도화된 인프라가 필요하고 이용자 유치를 위한 고액의 마케팅 비용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사업자는 초기 투자에 집중해야하는 만큼 빠르게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제4이통통신사 후보 기업들이 통신 사업에 대한 경험이 적다는 것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허가제로 통신 사업자를 뽑을 당시에는 기업의 재무 구조는 물론이고 통신업에 대한 이해, 국내 통신 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그런데 등록제로 바뀐 이후에는 심사 과정에서 법적 결격 사유가 없는지 확인하고 경매 단계로 넘어가는데 그쳐 통신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기업들이 제4이통사로 선정될 확률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제4통신사는 인프라 설비 등에 대한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적어 통신 품질이 기존 MNO(이동통신) 업체에 떨어질 확률이 높고, 이로 인해 발생할 소비자 민원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모바일은 B2C(소비자와 기업 간 거래)시장에서 통신 3사와 경쟁하기 위한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두고 있다. 스테이지파이브는 대형 경기장을 비롯한 인구 밀집 구역에 5G 28㎓ 서비스를 제공하다, 점차 일반 소비자로 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3곳 중에선 유일하게 세종텔레콤만 B2B(기업간거래)로 사업방향을 정했다.
전문가들은 경험이 적은 제4이동통신사가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이 필수적이라 조언한다.
김용희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는 “제4이동통신사가 홀로서기로 시장에서 생존하긴 어려운 만큼 대형 IT 기업들과 협업해 시장의 이목을 끌만한 콘텐츠를 마련해야 한다”며 “기존 통신 3사의 망을 빌려 28㎓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과 5G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5G 28㎓ 대역을 확보했다고 해서 신규 사업자들이 기존 통신 3사에 준하는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형 통신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옮겨 갈만한 강력한 유인을 만들어야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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