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경력살려 '못난이 사과' 장터 차렸죠"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4. 1. 10. 17: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외모가 독특하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아이템으로 삼아 창업한 회계사가 있다.

6년간의 회사 생활을 뒤로하고 못난이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유통 플랫폼인 '못난이마켓'을 만든 김영민 대표(37) 얘기다.

처치 곤란의 못난이 농산물로 고민하던 300여 곳의 중소 농가에 꽤 쏠쏠한 장터를 제공했다.

못난이마켓은 흠집이 있거나 크기가 작아 상품성은 떨어져도 맛과 영양은 그대로인 농산물의 직거래를 중개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영민 못난이마켓 대표
회계사 시절 식품컨설팅 하다
저렴한 'B급 농산물' 재발견
퇴사 후 직거래 플랫폼 창업
1년새 누적 다운로드 13만건
300여개 중소농가 판로 제공
김영민 못난이마켓 대표가 과일을 들어 보이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외모가 독특하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아이템으로 삼아 창업한 회계사가 있다. 업계 1위인 회계법인까지 박차고 나왔다. 6년간의 회사 생활을 뒤로하고 못난이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유통 플랫폼인 '못난이마켓'을 만든 김영민 대표(37) 얘기다.

김 대표의 못난이마켓은 지난 한 해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가성비를 찾는 불황형 소비가 늘면서 특수를 누렸다. 지난해 1월 앱을 출시한 이래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13만건을 돌파했고, 월 사용자는 3만여 명에 달한다. 사업 초기 450만원에 불과했던 월 거래액은 11배 이상으로 커져 5000만원을 넘어섰다. 처치 곤란의 못난이 농산물로 고민하던 300여 곳의 중소 농가에 꽤 쏠쏠한 장터를 제공했다. 버려지던 'B급 농산물'의 재발견이라 부를 만했다.

못난이마켓은 흠집이 있거나 크기가 작아 상품성은 떨어져도 맛과 영양은 그대로인 농산물의 직거래를 중개한다. 각 농가가 각자의 농장을 개설해 상품을 팔 수 있는 일종의 온라인 장터 기능을 한다. 소비자들이 앱을 통해 상품을 주문하면 각 농장은 1~2일 내로 직접 상품을 포장해 발송한다. 사과, 배, 귤 등 과일부터 당근, 무, 콜라비, 고구마 등 채소를 시세보다 30~50% 저렴하게 판매한다.

김 대표의 창업은 회계사로 근무하던 시절 인수·합병(M&A) 부서에서 일하며 우연히 얻게 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는 8년 전인 2016년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하고 삼정을 거쳐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하다 2021년 M&A 부서에 자원했다. 김 대표는 "식품사 매각을 돕는 업무를 맡아 회사의 수익성 개선을 모색하게 됐다"며 "업체 대표와 고심 끝에 제품 원가를 낮출 방법으로 원물로 못난이 농산물을 써보자는 묘안을 떠올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의외로 못난이 농산물을 쉽게 살 수 있는 공급처가 적다는 걸 알게 되면서 거래 플랫폼을 만들자는 결심을 굳혔다. 창업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2021년 말 사업계획서를 작성했고, 주변 동료 회계사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제안서를 돌렸다. 해를 넘긴 2022년 1월 법인을 먼저 세웠고, 1년간의 앱 개발을 거쳐 지난해 1월 못난이마켓을 시장에 내놨다. 10월엔 회계법인까지 그만뒀다.

못난이마켓의 첫 달 거래액은 450만원에 불과했을 정도로 시작은 조촐했다. 김 대표는 중소 농가 1800여 곳을 추려 직접 방문하고 전화를 돌려 입점을 설득해나갔다. 이미 판로를 확보한 대규모 영농법인보다는 중소 농가가 입점 셀러(판매자)로 적합하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한 해 계속되는 고물가 기조에 저렴한 못난이 농산물이 마트·홈쇼핑 등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못난이마켓도 덩달아 크게 성장했다.

김 대표는 못난이마켓만의 강점으로 농가가 재배한 농산물의 가격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점과 소규모·고령·초보 농가 등도 복잡한 등록 절차나 최소 물량 등의 문턱 없이 직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 대표는 올 한 해 못난이 시리즈 상품군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맛과 영양은 같지만 어딘가 흠이 있는 축산물과 수산물 중개에 나선다는 뜻이다. 유통을 넘어 제조에도 뛰어든다. 오는 3월 원물로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태의 못난이 과일을 갈아서 만든 식음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효석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