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큐비트 국산 양자컴퓨터 ‘첫 시연’…분자 에너지 계산 척척

이병철 기자 2024. 1. 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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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퀀텀 스퀘어 미팅 개최
표준연서 개발한 20큐비트 규모 양자컴퓨터 시연
벨부등식, 수소 분자 에너지 계산까지
산·학·연·관 양자 기술 미래 청사진 발표도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이 10일 서울 서초 JW메리어트호텔서울에서 열린 '제3회 K-퀀텀 스퀘어 미팅'에 참석해 양자소자 실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표준연 연구진은 20큐비트 규모의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의 작동을 시연했다./이병철 기자

국내 기술로 개발한 20큐비트급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의 구동 장면이 처음 공개됐다. 양자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얽힘, 중첩 특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물론, 이론값과 유사한 수준의 수소 분자의 에너지 계산, 벨 부등식의 증명도 해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 연구진은 10일 서울 서초 JW메리어트호텔서울에서 열린 ‘제3차 K-퀀텀 스퀘어 미팅’에서 20큐비트 수준의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를 시연했다.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는 구글, IBM 같은 대기업에서도 연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극저온의에서 나타나는 초전도에서 발생하는 양자 현상을 이용해 연산 단위인 큐비트를 만들어 사용한다.

표준연은 2022년 6월부터 시작한 ‘50큐비트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 구축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목표는 2026년까지 미국과 중국에 이어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번 시연은 중간 성과보고 방식으로 20큐비트급 성능에서 이뤄졌다. 20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성능 검증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 받는다.

시연은 대전 표준연 본원에서 직접 시연을 하면 화면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순차적으로 초전도 양자큐비트와 게이트를 정의한 이후 본격적인 시연에서는 양자 큐비트의 얽힘이 구현됐다. 두 양자 상태가 얼마나 비슷한지 나타내는 ‘충실도’는 96%로 나타났다. 얽힘과 관련된 충실도도 95%를 넘었다.

이용호 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성공적으로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구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양자컴퓨터로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계산인 수소 분자의 에너지 계산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이론 값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근접한 결과를 내놨다”며 “양자 오류를 감안하면 준수한 성능”이라고 말했다.

분자의 에너지는 새로운 화학 반응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신약이나 신소재 개발을 하기 위해 정확한 에너지 측정이 필요하지만, 양자 현상을 고려한 계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보다 정확한 에너지 계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연구진은 클라우드를 통해 접속한 사용자들이 20개의 큐비트를 나눠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한정적인 양자컴퓨팅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 50큐비트로 규모를 키우기 위해 3차원(3D) 패키징 기술을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행사에서 재차 양자기술 연구를 위한 지원을 아낌없이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연 과기정통부 양자과학기술산업과장은 “지난해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수립하고 2035년까지 글로벌 양자경제 중심국가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이 선도국의 62% 수준인데 2035년까지 8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양자기술 관련 연구개발(R&D) 사업은 총 17개, 예산은 1285억원 규모다. 지난해 13개 사업, 968억원보다 지원 규모가 늘었다. 사업비 9960억원의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도 올해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국양자정보학회 실무이사장을 맡은 이수준 경희대 교수는 “2022년부터 양자대학원을 2곳 지정해 운영하고 있고 올해도 새로운 양자대학원 지정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교육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양자기술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협의체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기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과 실제 양자소자를 만들어볼 수 있는 양자펩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과기정통부가 양자과학기술 분야의 산·학·연 협력을 위해 마련했다. 2021년 12월 1차 행사를 시작으로 올해 3차 행사가 열렸다. 이날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양자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교수를 비롯해 과학기술계, 산업계 관계자 4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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