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77246’ 아직 떠돈다…5000원권 위조지폐 많은 이유는

조유빈 기자 2024. 1. 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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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부터 유통된 ‘가짜 5000원’…신권 발행 앞당겨
2013년 범인 검거…현재도 해당 위조지폐 유통돼
한은 “비춰보고, 기울여 보고, 만져봐야”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대면 상거래가 정상화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위조지폐도 늘어나고 있다. 9일 한국은행(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발견된 위조지폐의 양은 6년 만에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위조지폐는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액권'을 중심으로 위조된다. 그러나 시중에 발견된 위조지폐 중에서는 '5000원권'이 독보적으로 많았다. 그 배경에는 2000년대 초반의 '위조지폐 사건'이 있다.

지난해 적발된 5000원권은 116장으로 1만원권(37장), 5만원권(18장)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진은 한국은행이 보관 중인 5만원·1만원·5000원권 위조화폐 ⓒ연합뉴스

2억5000만원 어치 위조…수사 8년 만에 잡혔다

현금 거래가 많았던 과거에 비해 적발량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5000원권 위조지폐는 시장에 계속 등장했다. 지난해 적발된 5000원권 위조지폐는 116장으로 1만원권(37장), 5만원권(18장)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과거 대량으로 위조됐던 5000원권이 아직도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대부분이 '라다 6772464 라' 등 일련번호 '77246'을 지닌 5000원권이다. 이 5000원권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국 각지에서 발견돼 '위조지폐의 대명사'로 통했다. 적발된 5000원권의 90% 이상이 이 일련번호를 지니고 있었다. 모두 동일한 위조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매년 수천 장씩 유통됐지만 범인을 잡지 못해 위조지폐의 양도 누적됐다.

위조범이 잡힌 것은 2013년이다. 해당 일련번호를 적어둔 슈퍼마켓 주인 할머니가 위조지폐로 물건을 구매하는 범인을 신고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8년 만이었다. 그가 위조한 5000원권은 5만 여장으로, 액수는 2억5000만원에 달했다. 범인이 전국 각지의 가게를 돌며 사용한 금액은 2억2000만원으로 추정됐다.

2006년 1월2일 5000원권 신권이 서울 한국은행에서 각 은행으로 발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밀하게 위조해 식별 어려워…신권 발행 서두른 한은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한 위조범은 구권의 위조 방지 장치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을 노렸다. 그는 컬러복사기를 이용해 위조화폐를 만들었는데, 지폐와 촉감이 비슷한 특수용지에 5000원권 앞·뒷면을 복사한 뒤 은색 종이에 복사한 율곡 이이의 초상을 끼워 합치는 방식으로 가짜 돈을 제작했다.

빛에 비치는 초상까지 구현한 이 위조지폐는 일반인의 눈으로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시중에 거의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위조범이 검거된 해 5000원권 위조지폐의 적발 건수는 800장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워낙 오랜 기간 시중에 유통된 터라 '일련번호 77246' 지폐는 현재까지도 시중에 떠돌고 있다.

이 사건은 '지폐의 역사'도 바꿨다. 위조범이 1983년 발행된 구권을 위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한은은 보유하고 있던 5000원권을 전량 정사(화폐 정리 및 위·변조 색출)하는 한편, 위조에 취약한 5000원권을 모두 폐기해 유통 물량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5000원권 신권 발행도 1년 앞당겼다. 한은은 2006년 1월 홀로그램, 색 변환 잉크 등 첨단 위조 방지 장치를 대폭 확대한 5000원권 신권을 발행했다. 새로운 1만원권과 1000원권은 2007년 발행됐다.

한국은행의 위조지폐 식별 요령 ⓒ한국은행 제공

아직도 유통되는 위조지폐, 어떻게 구별할까?

구권이 시중에 유통되는 경우는 줄어들었지만, 5000원권 위조지폐가 금융기관 등을 통해 꾸준히 적발되고 있는 만큼 주고받을 일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지하철역에서 5000원권 위조지폐를 내고 승차권을 구입한 사례가 적발된 바 있다. 최근에는 소형 점포나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거스름돈 차익을 노리고 5만원권 위조지폐를 행사하는 일이 늘어났다.

한은에 따르면, 위조지폐를 확인하는 방법은 비춰보고, 기울여 보고, 만져보는 것이다. 비춰보면서 숨은 그림을 찾고, 기울여 보면서 여러 홀로그램을 보고, 만져보면서 볼록인쇄를 확인하는 것이다. 적발된 위조지폐에도 숨은 그림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한은은 세 방법을 모두 활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지폐를 기울여 보면 홀로그램에 우리나라 지도, 태극과 4괘가 번갈아 나타난다(1000원권 제외). 또 색 변환 잉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뒷면 아래쪽 액면 숫자의 색상이 달라진다. 진짜 지폐의 숨은 그림은 앞면 도안 초상 모습과 시선 방향 등이 다르다. 또 초상이나 문자, 숫자 부위를 만져보면 오톨도톨한 감촉을 느낄 수 있게 볼록인쇄 처리가 돼 있다.

한은은 상점 등에서 위조지폐를 받았다면 방문객의 승용차 차종과 번호판 등을 메모하고, 지문이 지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봉투에 넣은 뒤 경찰서나 은행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또 일반 시민이 위조지폐를 발견한 경우에는 가까운 경찰서를 통해 신고하고, 해당 위조지폐를 전달해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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