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30년 넘은 아파트,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한다

정영희 기자 2024. 1. 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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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선택에 따라 재건축, 재개발이 시행되도록 재건축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착수하도록 하고 재개발은 노후도 요건을 완화해 신축빌라가 있어도 착수토록 하는 등 사업착수 요건이 대폭 낮춰진다. /사진=뉴시스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라면 안전진단 없이 곧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보다 빠른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안전진단 평가 기준 또한 노후도 중심으로 바뀐다. 누수나 외벽 손상 등 건물 노후에 따른 불편이 있다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엔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한다. 주민의 뜻에 따라 재건축이 이뤄지도록 공공이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일반 정비사업이 불가능한 지역도 소규모 정비사업과 도심복합사업으로 신속하게 추진이 가능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업성은 높인다.
10일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 동시 허용… 공사비 분쟁도 예방


재건축에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주택 준공 30년 도과 시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 착수를 허용하고, 조합설립 시기 조기화를 통해 사업기간을 최대 3년까지 단축한다. 현재 안전진단 통과 이후 정비구역 입안이 가능한 상태이나 앞으로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정비사업 착수가 가능토록 개선한다. 노후도가 높은 아파트는 안전진단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안전진단 기준 개선도 병행한다.

준공 30년이 도래한 주택에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을 허용한다. 추진위 역할을 구역지정 후 조합설립 준비에서 입안제안 등 구역지정 사전 절차까지 확대한다. 정비구역 지정 전에도 조합설립을 신청,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을 병행할 수 있게 된다.

연간 예산안 범주에서 시행하는 용역계약이나 자금 차입 등 주민 전체회의 기 의결 범위 내 시행사항은 추가 의결 없이 추진한다. 사업계획인가 신청 시 주민 의사확인의 경우 전체회의 의결과 토지주 2분의 1, 면적 2분의 1이라는 주민 동의를 충족해야 하나 앞으로는 전체회의 의결만 거치면 된다.

그동안 신축빌라 혼재 등 부지 특성상 재개발 추진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추진 요건을 완화한다. 재개발 노후도 요건을 현행 전체 주택의 3분의 2에서 60%로 내리고 노후도 접도율, 밀도 등 요건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규정을 변경한다. 정비구역 요건에 해당하지 않은 유휴지나 복잡한 지분관계로 방치된 자투리 부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구역지정·동의 요건 등을 개선한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전에도 계획수립 등에 필요한 자금조달이 용이하도록 기금융자 제공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대상을 확대한다. 정비계획상 '뉴:홈' 공급 반영 여부나 공공임대주택 공급비율 등을 따져 공공성과 사업가능 여부 등을 심사함으로써 초기사업비 융자를 가능케한다.

부담금 면제 초과이익 상향과 부과구간 확대, 1주택 장기보유자 감경 등의 절차로 조합원 부담을 줄인다. 오는 3월 개정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부담금 산정 시 초과이익에서 제외되는 비용인정을 확대해 부담을 줄인다. 예컨대 재건축을 진행한 모 단지는 신탁방식 운영비 등 제반 실집행 비용이나 기부채납 토지 기여분을 반영해 조합원 1인당 약 2700만원의 부담금을 줄일 수 있었다.

이달 내로 원활한 공사비 조정과 분쟁 예방을 위한 표준계약서를 조기에 배포한다. ▲공사비 조정 시 사용 지수(지수조정률 또는 건설공사비 지수) ▲공사비 세부 산출내역 ▲공사비 조정 가능시기(착공 이후에도 물가 반영 일부 허용) 등이 명시된다. 각 지방자치단체 도시분쟁조정위의 조정에 확정판결과 동일한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한다. 현재는 집행권원 효력만 인정해 판결로 이의 제기가 가능하나 추후 판결효력까지 인정돼 실효성을 제고하고 신속한 갈등 해소 지원을 추진한다. 상반기 내 권역별 도시재창조센터 등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종합 컨설팅 등 시행을 제고한다.

하반기 내로 국가 차원의 시책과 지침을 제시하고 도시의 재구조화 방향과 단계별 정비계획을 담은 도시별 청사진을 제시한다. 선도지구 지정을 통해 정비 모범사례를 보이고 내년 본격적인 정비사업 절차인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나설 계획이다.


지지부진했던 '1기 신도시' 개발 물꼬 트이나


노후계획도시 정비 사업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통합 재건축 시 안전진단 면제나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사업성 개선한다. 금융지원 강화를 위해 내년 중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 펀드'를 조성하고 신도시 정비 전용 보증상품을 출시해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원한다.

주민이 자유롭게 조합 또는 신탁 등 사업방식을 선택하되 공공은 총괄사업관리자를 통해 사업 단계별로 조합을 돕는다. 필요 시 조합·신탁방식의 장점을 접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한다. 특별정비구역 공공기여금을 담보로 지자체가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적기에 조달한다.

내년부터 1기 신도시별 1개소 이상의 이주단지가 조성된다. 상반기 중 국토부 내 도시정비기획단을 설치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HUG·한국국토정보공사(LX)·부동산원 등을 지원기구로 지정해 지자체와 주민 지원에 나선다. LH는 이달 5개 신도시 내 상담센터(도시재창조센터)를 설치하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LH·부동산원 등 공공 힘 보탠다


소규모재건축의 사업요건을 확대한다. 인접 도로 건너편까지 구역지정를 허용하고 노후도 요건을 완화한다. 사업성 부족으로 자력 개발이 어려운 단지는 LH 참여로 사업성을 보완하는 한편 올해 상반기 중 시행할 공모를 통해 신규사업지를 추가로 선정한다.

조합설립 주민 동의율을 80%에서 75%로 조정하는 한편 통합심의 대상 확대(교통·경관심의 등) 등을 통해 사업기간을 줄인다. 공공컨설팅 강화와 지자체 관리계획 수립 지원(LH)으로 속도를 높인다. 현재 부동산원에서 시행하는 소규모재건죽 제안서 작성과 시공사 선정 지원, 사업성 분석 등에 대한 올해 예산을 9억3000만원까지 늘리고 인력도 7명으로 확대한다.

현재 일괄 지정된 토지주 우선공급일을 개별후보지 발표일로 개선한다.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1회까지 허용되는 우선공급일 이후 거래에도 현물보상('공공주택특별법' 개정 후 거래부터 적용)과 입주권 전매를 허용한다. 상가주나 임대업자에 대한 보상도 다변화한다. 임대수입 지원과 상가주 토지보상 등으로 갈등 요소를 없앤다. 공공 도심복합사업은 사업 연속성 확보를 위해 올해 9월로 예정된 일몰 연장을 추진한다.

공공분양, 공공시설 등 기반 설치 시 용적률과 기금융자(현 50→70%)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기금융자 지원 또한 융자한도 구역당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확대를 추진한다. 재정비촉진지구 내 소규모재건축, 가로주택정비, 일반재개발사업 등은 노후도 요건(30년 이상 건물 비율)을 현행 3분의 2에서 50%로 완화한다.

상반기 내 소규모정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규모의 신규 촉진지구를 지자체와 합동 공모하고 용적률 완화 등 특례를 부여한다. 이때 특례는 ▲용적률 법적 상한 1.2배까지 완화 ▲높이 제한 배제 ▲용도지역 상향 ▲기반 시설 설치 지원 등이다. 사업성이 열악한 지역 등에 대해서 LH 등 공공기관이 사업계획을 제안하고 직접 시행까지 하는 신속 정비 체계를 구축한다. 올 상반기 지자체 수요를 파악하고 하반기 중 사업계획안 마련에 착수한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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