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지우, KBS 양혁, SBS 박중원 ‘허리 사라진’ 지상파 예능 희망 비춘 젊은 예능PD들[스경X초점]

하경헌 기자 2024. 1. 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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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를 연출한 김지우PD. 사진 MBC



지상파의 위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장르의 특성상 대자본이 들어오기 힘들고, 외주제작사의 전문성도 살리기 힘든 예능의 경우 방송사 내부에서 한 명의 ‘스타PD’가 유출될 경우 그 타격은 매우 크다.

2010년 종합편성채널의 개국과 케이블채널의 높아진 위상, 2010년대 후반 OTT 플랫폼의 인기로 많은 지상파의 스타 예능PD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KBS의 나영석’, ‘MBC의 김태호’라고 부르는 일도 예전 이야기다. 지금은 ‘에그이즈커밍의 나영석’, ‘TEO의 김태호’라고 불러야 한다.

김지우PD가 연출한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포스터. 사진 MBC



이렇게 방송사 예능국의 중간 연차 즉 ‘허리’를 담당하는 연출자들의 유출 이후 지상파 예능은 큰 침체를 겪었다. 형식상으로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 이후 2010년대 후반 올라온 트로트 오디션의 득세를 제외하고는 어떤 새로움의 제시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은 지상파 3사 각 방송사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준 한 해로 기억될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젊은 PD들의 성장과 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는 아무래도 MBC의 김지우PD다. 김지우PD는 지난해 MBC 예능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연출했다. 2013년 입사해 지난해 10년 차를 맞은 김지우PD는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의 담당 PD를 했던 인연을 살려, 기안84라는 사람의 세계관을 확장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기획했다.

KBS2 예능 ‘골든걸스’를 연출한 양혁PD. 사진 KBS



김PD의 장점은 유연성에 있다. 우선 기이한 행동과 고집있는 성격의 아티스트 느낌이 강한 기안84에게 ‘OO84’라는 별명을 연이어 붙이면서 생활감을 부각했다. 게다가 곤란한 상황 역시 유연한 자막과 편집을 통해 넘기는 면에서 뛰어나다. 일례로 최근 시즌 3 마다가스카르 편에서 진수식에서 춤을 추던 기안84가 원주민들의 구호를 자칫 욕으로 들릴 수 있는 발음으로 따라 하자 견종의 일종 ‘시바견’을 가진 유희로 처리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거기에 출연자의 작은 에피소드를 센스있게 재구성하면서 캐릭터화시키는 부분은 나영석PD의 특기를 닮았다. 요약하면 ‘김태호의 센스에 나영석의 구성력’을 가질 가능성을 보였다.

KBS에서는 양혁PD가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노쇠화와 새로운 형식에 있어 부침을 겪었던 KBS 예능국에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한 양혁PD의 전면부각은 새로운 희망이 됐다.

양혁PD가 연출한 KBS2 예능 ‘골든걸스’ 포스터. 사진 KBS



양PD는 10월부터 방송된 ‘골든걸스’의 연출을 맡았다. 2014년 공채 40기로 입사한 양PD 역시 10년 남짓을 바라보는 젊은 연출자다. ‘우리 동네 예체능’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뮤직뱅크’ 등의 연출을 거쳤다. 그는 연출 프로그램에 출연자로 나왔던 박진영과의 인연이 이어져 ‘골든걸스’를 연출하게 됐다.

양혁PD의 특징은 리얼리티 예능의 요소 못지않게 쇼적인 요소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 ‘골든걸스’의 일상과 무대 위 모습을 적절하게 잘 조화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프로그램 연출, 뉴미디어 마케팅, 매니지먼트 등 3인의 역할을 혼자서 처리하는 일당백의 경험도 프로그램의 큰 자산이 됐다.

SBS 예능 ‘덩치 서바이벌-먹찌빠’를 연출하는 박중원PD. 사진 SBS



SBS에는 박중원PD의 존재가 드러났다. ‘런닝맨’의 인기 이후 SBS 예능은 한동안 관찰 카메라를 앞세운 리얼리티 예능이 득세했다. 그 구도가 오랫동안 굳어져 다른 형식의 프로그램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이나 ‘미운 우리 새끼’ ‘불타는 청춘’ ‘골목식당’ 등 비슷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이어지다 2021년 ‘골 때리는 그녀들’의 편성 이후부터 변화의 기미를 보였다. 실제 ‘정글의 법칙’과 ‘미운 우리 새끼’ 등을 연출했던 박PD는 ‘덩치 서바이벌-먹찌빠’를 통해 리얼리티와 게임쇼를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

SBS 예능 ‘덩치서바이벌-먹찌빠’ 포스터 이미지. 사진 SBS



프로그램은 광고 모델 자리를 놓고 ‘한 덩치’하는 출연자들이 게임을 하고,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몸무게를 유지해야 하는 이중장치를 해놔 출연자들을 옭아맸다(?).

3%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지만 지난해 새롭게 편성된 SBS 예능의 유망주이자 파일럿 형식을 넘어서 정규편성까지 끌어낸 점에서는 SBS 예능국의 기대감이 엿보인다. 박PD 역시 2008년 입사해 경력 16년 차를 맞이한 젊은 연출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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