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골프 자부심 걸고 매일 파리 3만보 유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1. 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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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선수위원 도전 박인비
작은 선거 실수도 용납못해
강도높은 웨이트트레이닝에
완벽한 영어 위해 과외 받아
프로 은퇴 생각 아직 없어
여전히 잘 치고 싶은 욕심
파리올림픽 끝난 뒤 재도전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박인비가 태극기를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선수는 아니지만 파리올림픽 개막에 맞춰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올림픽의 역사와 의미 등을 공부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골프여제' 박인비가 최근 소화하고 있는 일정이다. 잠시 프로골퍼의 색을 지우고 IOC 선수위원으로 변신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2024년을 시작했다.

최근 서울 자택에서 만난 박인비는 "파리올림픽 기간에 500㎞ 이상 걷고 10㎏ 넘게 감량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몸을 제대로 만들려고 한다. 새해가 시작돼 비장한 마음으로 웨이트트레이닝까지 하고 있다"며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만큼 올림픽에 대해선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공부를 많이 했다. 몸만 사용하다가 머리까지 같이 사용해서 그런지 2배 이상으로 힘들다"고 웃으며 말했다.

스포츠 외교관으로 불리는 IOC 선수위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직후다.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감동을 받았던 박인비는 IOC 선수위원의 꿈을 가슴속에 품어왔다.

박인비를 포함해 IOC 선수위원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은 총 32명이다. 올림픽에서 7개 금메달을 따낸 앨리슨 펠릭스(미국·육상), 실라지 아론(헝가리·펜싱), 마리아나 파혼(콜롬비아·사이클) 등이 박인비의 경쟁자들이다. 박인비가 당선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리올림픽 기간에 진행되는 IOC 선수위원 투표에서 상위 4명 안에 이름을 올리면 된다.

8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박인비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최대한 많은 선수를 만나는 것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직접 찾아다니며 스킨십하는 방법밖에 없다. 골프장에선 침묵의 암살자였지만 파리에선 환한 미소로 다가갈 것"이라며 "하루에 3만보 이상 걸을 각오는 이미 돼 있다. 프로골퍼가 가장 잘하는 게 걷기인 만큼 파리 곳곳을 찾아다니며 여러 선수를 만나보겠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경쟁자들 면모가 화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골프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는 "골프는 전 세계 227개국에 중계된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며 "전 세계 여러 스폰서와 밀접한 것도 나만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프로골퍼 박인비라는 강점을 살린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넘어 골프계를 대표해 IOC 선수위원에 나서는 기분은 어떨까. 박인비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며 "이렇게 간절한 마음이 든 게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처음이다. 간절히 원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IOC 선수위원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인비가 최근 각별히 신경을 쓰는 건 영어 공부다. 미국에서 성장해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만 스포츠 외교관이 되기 위해선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박인비는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지만 한국과 골프계를 대표하는 만큼 아주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며 "운동선수가 좋은 성적을 위해 연습하는 것처럼 IOC 선수위원도 계속해서 공부해야 한다.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 파리올림픽에선 지금보다 더 유창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당분간 프로골퍼로서의 은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인비는 "지금은 IOC 선수위원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만 생각하고 있지만 프로골퍼로서의 열정은 이전과 변함없다"며 "여전히 골프가 재미있고 잘 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이루고 싶은 게 많은데 파리올림픽이 끝난 뒤 다시 하나씩 도전해 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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