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치 위반’으로 공개처형”…탈북민 증언으로 본 ‘2023 북한 인권’

양민철 2024. 1. 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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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 방역조치를 위반한 사람을 공개 처형하는 것을 목격했다."

- 한 탈북민(2023년 탈북)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1월,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해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나섰습니다.

이 시기 북한은 '비상방역법'을 제정해 이를 위반하면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최근 조사 결과 당시 방역조치를 위반한 사람을 실제로 공개 처형하는 등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탈북민(북한이탈주민) 증언이 수집됐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에서는 지금도 생명권과 식량권,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증언들도 나왔습니다.

"사형 규정 확대로 생명권 침해…'공개처형은 감소' 증언도"

통일연구원은 1996년부터 매년 국문과 영문으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전보다 입국하는 탈북민이 크게 줄었지만, 올해에도 비교적 최근까지 북한에 살다 남한에 온 71명의 탈북민을 심층 면접한 결과를 토대로 백서를 작성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생명권과 관련해서 최근 주목할 부분은, 북한 당국이 형법에 사형 관련 규정을 확대함으로써 생명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5년까지만 해도 국가전복음모죄, 테로(테러) 죄, 조국 반역죄 등 8개 죄목만 법정 최고형이 사형이었지만, 현행 형법은 공화국 존엄 모독죄 등 3개를 더한 11개 죄목의 법정 최고형을 사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특별법을 제정하며 형법 외 개별 법규에도 처벌 규정에 '사형'을 명시한 경우가 생겼는데, 코로나19 시기에 제정된 비상방역법(2021),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2),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마약범죄방지법(2021) 등 4개 법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사형 관련 법규가 확대되는 흐름과 반대로 최근엔 공개처형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그 시기는 증언하는 탈북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연구원은 2010년 전후로 공개처형이 줄곤 있지만 사라지진 않은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은 "탈북민 전체가 아닌 일부를 조사하고 있다 보니, (해당 증언이) 북한 내 공개처형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공개처형은 경각심, 공포심을 주기 위해 대도시 등에서 많이 이뤄지는데 탈북민은 접경 지역이나 시골 등에서 탈북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실제 이뤄진 공개처형을 목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남한 영화·노래 때문에 단속"…외부 문화·정보 통제도 여전

"2018년에 아들이 친구 집에서 한국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놀다가 같이 있던 친구가 신고해서 109상무(북한 내 불법 영상물·출판물 단속 등을 목적으로 하는 미디어 검열 조직)에 잡혀갔다."

"2019년부터 (처벌이) 엄격해졌으며, 한국 영화는 시간당 1시간에 교화형 1년이다. 한국 영화 7시간 봤다고 교화 7년을 간 사람이 있었다."

'한류' 등 외부 문화 유입에 대한 단속도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다수 탈북민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물을 몰래 보는 행위는 계속 확산하고 있다고 증언했는데,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 지도자가 된 2013년 이후 전반적으로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탈북민은 한국 영상물 단속에 걸릴 경우 반드시 유포자에 대한 자백을 받아낸다고 증언하는가 하면, 일부는 한국 영화를 보는 것이 '빙두(필로폰)' 단속에 걸리는 것보다 강한 처벌을 받는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또 2019년 탈북한 탈북민들은, 한국 영상물 시청으로 받는 형량이 7년에서 10년형에 달하며, 10년형은 오히려 적은 형량이고 무기징역형이나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는 경우가 있을 만큼 처벌 강도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만성적 식량 부족 상황…'생산량 부족'보다 '분배 불평등'이 더 큰 문제"


또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황이 이어지면서, '모든 이들이 적절한 식량과 이를 조달할 수단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받도록 한다'는 식량권에 있어서도 큰 침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촌진흥청이 추산한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은 2022년보다 31만 톤가량 늘어난 482만 톤이었지만, 이는 북한의 연간 곡물 수요량인 550만 톤보다 70만 톤가량 부족한 수치입니다. 2016년부터 8년간을 보더라도 연평균 90만 톤가량 부족합니다.

연구원은 식량 부족이 이어지는 이유로 증산 정책의 실패와 분배 과정에서의 착복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꼽았습니다. 특히 협동농장의 작업반장이 허위보고를 해 전체 생산량을 속이고, 남은 식량을 작업반장과 경비원, 농장 지도원, 당 간부 등이 나눠 갖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배급제 역시, 지역이나 직업군 등에 따라 불평등이 극심한 상황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우태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평양 출신 탈북민에게 북한 식량난에 관해 물었을 때, 그분의 첫 번째 대답은 '식량난이 뭐죠?'였다"며 "평양과 그 외 지역의 식량 문제에 대한 인식과 경험은 이렇게나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평양과 일부 권력기관, 해외 무역·탄광 관련 일부 기업소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북한 주민들이 배급 문제에서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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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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