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판세 바꿀 현물 ETF…SEC가 결정 망설이는 이유는?
안승진 2024. 1. 10. 17:21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SEC가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하는 일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상자산 투자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만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SEC가 결정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상자산을 둘러싼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EC는 그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사기 및 조작 우려’를 이유로 자산운용사들의 신청을 거절해왔다. 하지만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제기한 소송에서 미 재판부가 지난해 8월 SEC의 현물 ETF 거절이 다른 ETF 신청 절차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SEC는 더 이상 같은 이유로 거절할 수 없는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그 답변의 시기가 10일(현지시간)로 다가왔고 SEC가 합당한 이유를 내지 못한다면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SEC의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은 그동안 명확했다. 발행사가 없고 탈중앙화 형식인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이 증권성을 갖기 때문에 SEC에 의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다른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ETF 상품이 출시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비트코인 선물 ETF 출시 이후 이더리움 선물 ETF, 리플 선물 ETF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이더리움 등 다른 현물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가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SEC가 이들 가상자산을 증권법으로 규제하는데 적지 않은 난항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측면은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인한 전통자금 유입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미국의 퇴직연금(401K) 자금이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으로 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퇴직연금 자금이 고위험 자산인 비트코인으로 향할 경우 투자자 보호를 중시하는 SEC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자산(비트코인)이 ETF화 되는 사건으로 적정한 자산배분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예상된다”며 “금 ETF 운용자산 총합은 900억달러로 전 세계 인구 80억명의 0.1%인 800만명이 1만달러씩 비트코인 ETF를 매수한다면 800억달러 자금유입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SEC는 자산운용사들의 ETF 신청서에 대한 피드백을 내고 운용사들은 이에 대한 수정안을 재차 제출했는데 마감 시일에 결론을 내지 않는다면 대형사들과 법적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랙록, 그레이스케일, 피델리티 등 주요 운용사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수수료를 정하고 자금조달 계획까지 마련했다. 일부는 승인 다음날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한 약 11개 자산운용사 간의 치열한 경쟁도 예고됐다. 이들이 SEC에 제출한 심사 신청 수정안(19b-4)에 따르면 아크 인베스트먼트, 비트와이즈, 블랙록 등 주요 상품의 연 수수료는 0.24~0.30%에 불과하다. 이는 비트코인에 대해 최대 0.6%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개인투자자가 ETF를 통한 비트코인 현물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3∼4배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기대감이 반영된 만큼 지켜볼 필요는 있다”며 “첫해 자산운용사 자금이 144억달러 정도 비트코인으로 올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인데 실제 수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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