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의 나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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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MBC 'PD수첩'이 지난 9일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에서 전한 윤석열 정부에서의 압수수색 사례들이다.
PD수첩은 지난 10년간 체포나 구속영장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청구 건수가 4배가량 늘어 2022년 한 해에만 39만6807건에 달했다며 압수수색 남용과 그에 따른 기본권 침해 문제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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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편 방송
10년간 체포·구속영장 절반 이하↓…검찰 압수수색 영장은 4배↑
현직 검사 "여기저기 들쑤시기 시작하면 없는 죄도 나올 수 있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 서울 강북구에 사는 38세 심권욱(가명)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총통님께서 다카키 마사오처럼 되기를 원하시는데 결말도 똑같이 만들어드려야'라는 글과 관련 이미지를 게시한 뒤 윤석열 대통령 협박미수 혐의로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영장엔 그가 “피해자에 대한 총살 의지”를 드러내 “이를 실현할 의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가 사는 집의 건물주도 수사 대상자로 적시됐다.
#. 의뢰받은 사건과 관련해 포털 네이버에 '총포류 관리법'을 검색했던 이종찬 변호사는 용산경찰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찰은 이 변호사에게 용산 대통령실 인근 101경비단에서 실탄이 분실된 사건을 아느냐며 당신이 2022년 5월에 총포류 관리법을 검색했던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경향신문' '뉴스버스' '리포액트' 기자 등이 지난해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압수수색 당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의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은 임의제출 요구 없이 즉각 압수수색에 나섰다.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보도한 뉴스타파의 경우 김용진 대표 자택까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 10·29 참사 진상규명 집회 등의 활동을 해온 진보당 제주지역 강은주 전 위원장은 암 투병 중이던 2022년 11월 16시간의 자택 압수수색 끝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압수수색은 한 달 뒤 같은 지역 당원 박현우씨 집으로 이어졌다. 제주에서 30년 넘게 귤 농사를 지은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의 80대 노모 집도 압수수색됐다. 4·3을 겪은 제주에서 낙인과 같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였다.
위 내용은 MBC 'PD수첩'이 지난 9일 '99%의 비밀, 재판 없는 처벌 압수수색' 편에서 전한 윤석열 정부에서의 압수수색 사례들이다. PD수첩은 지난 10년간 체포나 구속영장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청구 건수가 4배가량 늘어 2022년 한 해에만 39만6807건에 달했다며 압수수색 남용과 그에 따른 기본권 침해 문제를 다뤘다.
이날 제목의 '99%' 의미는 오승훈 MC(MBC 아나운서) 설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속영장은 판사가 수사 대상자를 불러 실질심사라고 불리는 심리 절차를 거쳐 발부를 결정한다. 반면에 같은 강제수사에 속하는 압수수색은 심리 절차 없이 오직 수사기관이 제출한 영장 청구서와 수사 기록 등 서류만 보고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며 “압수수색이 막힌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수사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테고 이 때문인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91%, 일부 기각을 포함하면 무려 99%”라는 것이다.
PD수첩은 압수수색 전후 언론의 '피의사실 보도'가 힘을 싣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검찰 특수부 출신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수록 특수팀은 더 커져버린다”며 “사람이 많아져가지고 여기저기 들쑤시기 시작하면 없는 죄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직 검사 A씨는 “수사 기법 중에 하나인 '망신주기'”를 언급하며 “우리는 검찰 관계자발 기사를 증거로 제출하는 조직인데 압수수색 영장일 땐 그걸(언론기사)로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 근거가 된다”고 했다.
압수수색 오남용 방지책으로는 미국, 영국 등에서 도입한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사제도'가 거론된다. 판사가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수사관이나 참고인 등을 직접 신문하는 제도를 말한다. PD수첩은 “한 해 14만여 건에 달했던 구속영장도 1997년 구속영장 실질심사제도를 도입한 이후 해마다 감소해 2022년에는 1만8000여 건으 로 크게 줄었다”며 “지난해부터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리제도 신설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은 수사의 기밀이 노출되고 증거인멸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공권력 활용의 목적과 원칙을 빼놓을 수 없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공권력 행사에 있어 수사의 편의성만 강조하는 게 첫 번째 문제다. 수사의 밀행성, 긴급성보다 헌법상 기본권이 더 중요하다”며 “법원이 그것을 판단하는 건데 검찰의 판단에 의해서 다 규정되어 있는 현실”이라고 했다. 오승훈 MC는 “수사기관, 특히 영장 청구의 주체인 검찰은 정의와 인권을 바로세우는 공익의 대표자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PD수첩은 압수수색 오남용을 중심으로 제기한 문제와 의문의 답을 도입부에 담아둔 듯하다. “자유는 보편적 가치입니다.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방치된다면 나와 우리 공동체 구성의 자유가 위협받게 되는 것입니다. 자유, 인권, 공정,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지난 2022년 5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마무리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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