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주택 공급·미분양 감소 가능할까… 전문가 “규제 더 풀어야”

세종=김민정 기자 2024. 1. 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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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빌라 매입하면 취득세 절반 깎아준다
文 정부 당시 폐지한 ‘단기 등록임대’ 부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사도 주택 수 제외
“기존 재고 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요”

정부가 전세사기 여파로 씨가 마른 빌라와 오피스텔 공급 활성화에 나선다. 2년간 빌라나 오피스텔 여러 채를 사도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를 추가로 내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인허가·착공 물량이 급감하자 신축 공급을 늘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해 미분양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 재고 주택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소형 주택 시장이 활성화되고, 미분양 규제도 보다 획기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연립 다세대 주택 단지 모습. /뉴스1

◇ 빌라·오피스텔 규제 푸는 정부… 전문가는 “더 풀어야”

국토교통부는 10일 이 같은 방안을 담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비(非)아파트의 공급·수요 촉진책을 내놨다.

정부는 소형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신축 빌라를 매입해도 주택 수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달부터 2025년 12월까지 새로 짓는 전용면적 60㎡ 이하 다세대·다가구 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을 매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계산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매수자는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빌라와 오피스텔 규제를 대폭 완화한 이유는 전세 사기 여파로 선호도가 줄어들며 공급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에서 연립·다세대주택 착공 물량은 전년 같은 시기(1만5606가구)의 3분의 1 수준인 4223가구로 집계됐다.

건축허가를 받아도 공사를 늦추는 현장이 적지 않은 만큼 공급 부족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2022년 1~11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인허가 물량은 4만2803가구에 달했지만, 지난해 준공 물량은 3만660가구에 그쳤다. 1만 가구 이상은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하거나 공사 중인 셈이다.

정부는 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폐지된 4년짜리 단기 임대 제도도 부활한다. 다만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의무기간은 6년 정도로 설정할 방침이다. 지금은 10년짜리 장기 임대만 있다. 아파트는 여전히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없다.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300가구로 제한된 가구수 규제를 없앤다. 전체 세대의 절반은 구분된 방 없이 원룸 형태로만 건설해야 했던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도 전면 허용한다. 오피스텔은 그간 ‘서비스 면적’인 발코니가 없어 면적이 작았는데, 앞으로 공간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다만 발코니를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토부는 발코니 확장 여부는 향후 발코니 설치 추이 등을 보아가며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기존 빌라나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 목적 등의 투자 여력을 가진 수요자가 주요 타깃”이라며 “다만 매입한 주택의 향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치는 지역마다 달라져 투자 수요가 발생해도 집중되는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신축 빌라나 오피스텔을 매매할 때 세 부담을 줄여주는데, 기존 재고 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라면 “기존 재고 시장과 신규 시장이 어우러져야 안정적으로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악성 미분양’ 대책만으론 부족 의견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늘려 해결을 시도한다.

향후 2년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처음으로 사는 경우 해당 주택은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다만 전용면적 85㎡, 6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 적용된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주택 건설사업자 원시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한다.

정부는 미분양 추이를 보면서 분양가 할인 등 건설업계의 자구노력과 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악성 미분양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악성 미분양뿐만 아니라 일반 미분양에 대한 대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7925가구다.

최근 국토연구원은 미분양이 전국적으로 10만가구에 달할 경우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취득세·양도세 감면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금리 수준과 분양 물량 증가, 경기 침체 여부에 따라 미분양 주택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면적과 금액을 제한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투기 수요 우려를 덜면서도 부동산 경기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태영건설 사태로 건설 경기가 흔들리는 만큼 미분양 시장 대책도 추가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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